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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미국의 교통사고 줄이기(하)

입력 | 2001-09-06 18:50:00


얼마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딸이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술을 사려다 적발돼 벌금과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실이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이 딸의 나이는 만 19세지만 텍사스주의 음주 허용 연령은 만 21세 이상이다. 만 20세 이하는 술을 사기 위해 나이를 속이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법적 음주 허용연령 제도’를 위반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청소년과 성인의 음주와 음주운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고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는 음주운전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연방 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자료에 따르면 99년의 경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에 해당하는 1만5786명이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로 집계됐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다양한 법규와 제도 등을 알아본다.

▽음주단속 기준 강화〓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주별로 음주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가 0.1에서 0.02가 낮아진 0.08(성인 기준)로 강화되고 있다. 연방정부의 강력한 권유로 30개주가 이를 채택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기소 전까지 경찰관이 전적으로 음주운전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긴급 이송환자가 발생했다’는 등의 변명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당초 관련 법을 발의한 버지니아주 토마스 노먼트 상원의원도 올 1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이 조항에 따라 350달러의 벌금과 1년 운전면허정치 처분을 받았다.

▽미성년자 음주단속 기준〓만 20세 이하인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2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 청소년층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운전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 성인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중장년층보다는 젊은이들이 인명 피해를 동반한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특히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적 음주 허용연령제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미연방 도로교통안전청은 법적 음주 허용연령 제도 도입 이후 75년부터 99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9121명 감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류 판매자도 배상 책임〓음주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경우 술을 판매하거나 제공한 술집 및 주류가게 주인 등도 사고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피해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다. 형사 처벌은 없지만 음주 책임의 범위를 크게 넓힌 강력한 제도로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대면 제도〓가해자와 피해자가 전문 중재자와 함께 만나 피해자가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 고통에 대해 밝히고 가해자는 이를 경청하면서 보상합의 등을 하는 제도. 이 제도 참가자들의 경우 재범율이 18% 수준으로 그렇지 않은 유사 범죄자의 재범율(27%)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

▽공공장소의 음주 금지 제도〓공공장소에서 음주 또는 마약 행위를 제한하고 처벌하는 법안. 공원과 거리, 극장, 빌딩 등은 물론 집 또는 술집 밖의 대부분의 공간이 공공장소에 해당된다. 인디애나주 등 몇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주말 응급실 참관제도〓오클라호마주에서 시행 중인데 교통법규 위반자로 하여금 교통사고의 참상을 깨우칠수 있도록 주말 저녁에 응급실을 참관토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바쁜 주말 저녁에 참관인들이 응급실에 들어와 보도록 하는 병원들이 많지 않은 단점이 있다.

bibulus@donga.com

▼美인디애나주 호프만교수 "교통사고는 사회범죄"▼

“미국의 모든 법규와 프로그램은 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지고 적용됩니다. 교통사고 관련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로스쿨 조셉 호프만 교수(사진)는 단속보다는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교통안전 정책이 수립돼야 하고 장기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보다는 ‘인식과 문화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프만 교수는 “면허정지와 벌금, 차량압류 등 처벌 조치보다는 교통사고를 중요한 사회 범죄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음주운전 반대 어머니 모임’ 같은 민간단체의 활동이 이같은 인식 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감 있는 민간단체 등의 지속적이고 열성적인 캠페인은 사람의 정서를 바꾸고 주류 제조업자 등에게 압박을 가해 사회 전체적으로 음주를 억제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객원교수로 있었다는 호프만 교수는 “동양에서는 자유스러운 음주 문화로 인해 음주운전 사고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동아일보의 교통시리즈는 교통사고 경각심을 높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