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제언론인협회(IPI)와 세계신문협회(WAN) 공동조사단 일행과 만나 한국의 언론상황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어 조사단은 15일째 단식농성중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을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요한 프리츠 IPI 사무총장간 대화 요지.
▽프리츠 사무총장〓한국의 조세법은 그 해석의 폭이 넓어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식의 결점이 크다고 본다. 700억∼8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나서 나중에 조정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 총재〓과거에는 세법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적용해 왔는데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과거 관행을 무시하고 해석기준도 지나쳤다고 생각된다.
▽프리츠 사무총장〓세무조사를 받는 사람을 마구 공격한 뒤 탈세를 발표하고 9일 후 검찰에 넘겨 기소토록 한 것은 국민과, 심지어 검사도 편견에 사로잡히도록 한 것 아닌가.
▽이 총재〓우리 세법에는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번에 표적이 된 몇개의 언론사를 중심으로 조사결과가 발표됐고 내용도 과장됐다.
▽프리츠 사무총장〓사주 구속은 무한정 할 수 있나.
▽이 총재〓우리 형법은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으며 주소불명의 경우에만 구속수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엔 그런 염려가 없는데도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구속했다.
▽프리츠 사무총장〓이번 세무조사는 한국의 개인소유의 독립된 신문에 망신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3개 신문(동아 조선 중앙을 지칭한 듯)은 한국 인구의 52%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비해 무제한으로 국민의 접근이 가능한 매체인 TV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총재〓타깃이 된 ‘빅3’의 독자는 약 70%에 달한다. 이들 신문은 여론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정부 비판을 많이 해온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이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였으며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서 특별히 길들일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강압정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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