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나 개인의 출연금, 기탁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의 연구기관과 장학재단 등이 ‘저금리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출연금 등의 이자 수익이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자치를 위한 각종 연구나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전 연 12%대이던 국내 금리는 올 상반기에 6%대까지 급락했고 하반기에는 5%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도 출연연구기관 기금 및 보조금 지급현황■
기 금
자치단체 보조금
예산
부산발전연구원
115억원
3억원
30억9000만원
인천발전연구원
70억원
18억원
26억4700만원
대구경북개발연구원
97억원
2억원
14억9500만원
대전발전연구원
6억원
5억원
5억9200만원
경기개발연구원
214억원
85억원
83억9800만원
강원발전연구원
198억원
5억5000만원
38억 600만원
충남발전연구원
115억원
2억4000만원
47억4700만원
제주발전연구원
50억원
2억원
12억8900만원
충북개발연구원
72억원
3억원
17억4800만원
▽연구기관 예산확보 비상〓충북도개발연구원의 원광희(元匡喜·36)박사는 최근 ‘지방 도로의 기능성 제고 방안’이라는 연구를 끝내 놓고 못내 찜찜한 기분이다. 갓길 신호등을 비롯한 조사대상 20개 항목 가운데 비용이 적게드는 6개만을 골라 졸속으로 조사를 마쳤기 때문.
원박사는 “최소한 3000만원의 연구비용이 필요한데 예산은 500만원밖에 잡히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저금리로 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의 예산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충북개발연의 경우 도출연금 72억원의 이자 수익이 올해는 예년의 절반 수준인 6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도에 지원금 3억원을 요청했다.
다른 시도의 산하 연구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인천발전연은 18억여원, 경기개발연은 85억원, 강원발전연은 5억5000여만원을 각각 시도에서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원금만으로는 인건비를 대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은 올해 연구원 3, 4명을 충원하려던 계획을 취소했고 충북개발연구원은 그동안 구독하던 해외 학술잡지를 상당수 끊었다. 돈이 많이 드는 정책과제는 아예 추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줄어드는 장학금 혜택〓충북교육청이 최근 도내 13개 장학재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지급인원은 77명으로 전년의 104명보다 크게 줄었다. 액수 역시 2억1500여만원에서 1억9100여만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급감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 남부교육청 관내의 경우 99년도에는 장학법인이 34개로 이자 수익만 22억여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법인 수가 2개 더 늘어난 반면 이자수익은 5억여원 줄어들었다. 대구 금옥장학재단의 심재혁 사무국장은 “올해 8월까지는 22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나 내년부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학금 수혜폭이 줄어들자 대학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휴학하는 경우가 많아 우수생 유치 못지 않게 ‘재학생 잡아두기’에 고심하고 있다.
대전의 한남대 관계자는 “계속 금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확정금리 예탁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부득이 장학금 수혜대상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체 수익사업 개발〓자치단체 산하 연구기관들은 더 이상 이자수익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발전연은 올해 수탁 용역사업으로 14억여원을 벌어들였다. 130여명의 후원 회원들에게서 1억여원의 후원금을 받아 일단 한숨을 돌렸다.
충북개발연구원은 처음으로 자체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산업론’이라는 연구총서를 집필해 학교나 도서관 등에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연구원의 고영구(高龜·39)박사는 “자치단체 산하 연구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들 기관의 설립 목적이 자치를 뿌리내리기 위한 것인 만큼 교부금 등 명목으로 일부라도 이들 단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