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튼 휴위트가 앤디 로딕의 스트로크 공격을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로 되받아 치고 있다.[AP]
격식과 예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테니스에서 레이튼 휴위트(20·호주)와 앤디 로딕(19·미국)은 젊은 나이만큼이나 톡톡 튀는 스타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흰색 차림이 대다수를 이루는 코트에서 빨강 노랑 등 원색의 운동복을 입고 화려한 액션과 매너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신세대 스타인 것. 1980년대 남자 테니스 인기를 주도했던 지미 코너즈와 존 매켄로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지목 받는 이들이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7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남자단식 8강전. 둘 다 똑같이 야구 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출전한 이날 4번 시드의 휴위트가 “U. S. A”를 연호한 홈 관중을 등에 업은 18번 시드의 로딕에게 3-2(6-7, 6-3, 6-4, 3-6, 6-4)로 힘겹게 역전승, 준결승에 올랐다. 3시간40분이 걸린 이 승부는 현지시간 자정을 넘겨 0시45분에 끝났을 만큼 숨막히는 접전이 이어졌다.
지칠 줄 모르는 힘을 앞세운 폭발적인 스트로크가 불꽃을 튀겼고 강력한 서브와 과감한 발리가 쉴새 없이 터져 나오면서 세트 스코어는 2-2까지 팽팽히 맞섰다. 3세트 들어서도 치열한 시소게임이 이어졌고 휴위트가 5-4로 앞선 10번째 게임. 로딕이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격렬하게 항의한 뒤 평정을 잃으면서 무너졌고 승리는 휴위트의 품에 안겼다.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7번 시드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는 톱시드의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을 1시간32분 만에 3-0(6-4, 6-0, 6-3)으로 가볍게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올 프랑스오픈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쿠에르텐은 클레이코트 전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해 최근 축구의 부진으로 낙담에 빠진 자국민에게 또 다른 실망을 안겨줬다.
이로써 올 US오픈 남자단식 패권은 휴위트-카펠니코프, 피트 샘프러스(미국)-마라트 사핀(러시아)의 4강 대결로 좁혀졌다. 여자친구인 벨기에 테니스선수 킴 클리스터스와의 유별난 애정으로도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휴위트는 카펠니코프와의 상대 전적에서 4승1패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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