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동동(西白東董).’
1970년대 의사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다. 서울 저동의 백외과(인제대 의대 백병원의 전신)와 장충동의 동외과가 외과계의 ‘양대 산맥’으로 인정받아 많은 환자들이 몰리고 있음을 가리킨 말이다.
당시 동외과 동영송 원장(현재 70세)은 병원에 환자들을 다 입원시키지 못해 인근 여관을 돌며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코 질환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된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동헌종 교수(43)는 동 원장의 아들이다.
주위에서는 “동 교수는 명의로 소문났던 부친 만큼 손놀림이 섬세하다”면서 “그래서 그에게 수술받은 환자는 후유증이 적고 일찍 퇴원하기로 유명하다”고 말한다.
동 교수는 94년 신경외과 팀과 함께 코 내시경을 이용해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안과 팀과 안구돌출증의 코 내시경 치료에 성공했다.
이 밖에 외상으로 시력이 저하된 경우나 뇌 척수액이 콧 속으로 새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코 내시경 수술을 잇따라 도입했다.
또 97년부터 매년 9월 초 ‘삼성 부비동 내시경 수술 심포지엄’을 통해 300∼500명의 의사들에게 코 내시경의 세계를 알려왔다.
그는 98년 유럽 코 과학협회 국제심포지엄 최우수 비디오 논문상, 99년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정기학회 재단학술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 콧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
“비염, 축농증(코곁굴염), 비중격만곡증이 있다. 비염은 콧속 양쪽에 3, 4개씩 볼록 튀어나온 비갑개(코선반)가 염증으로 붓는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 비후 비염 등이 있다. 코선반이 없으면 공기가 ‘쌩쌩’ 통해 코가 시원해질 것으로 아는 사람이 있지만 코선반은 코로 들어오는 숨의 온도, 습도, 흐름 등을 조절하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서는 안된다. 축농증은 얼굴 안에 양쪽으로 4개씩 있는 공간에 고름이 찬 것이며 비중격만곡증은 코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는 칸막이가 휜 것이다.”
-비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알레르기 비염은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약물 요법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회피요법’으로 치료한다. 이 병은 완치가 안된다며 치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증세가 생길 무렵에 최소한의 약을 먹으면서 병을 ‘관리’하면 삶의 질이 개선된다. 일부 병원에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을 조금씩 주사로 투여하는 방법으로 코가 알레르기 물질에 적응토록 하는 ‘면역 치료’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확실치는 않다.
비후 비염의 경우 코선반의 점막만 부었을 경우 우선 약물 요법으로 치료하고 성과가 없으면 점막의 일부를 자르든지 레이저로 살짝 태우는 수술을 한다. 점막 안의 뼈까지 부었을 경우 점막을 들어올리고 뼈를 잘라내야 한다.”
-비중격만곡증과 축농증의 치료법은….
“뼈가 휘었을 때엔 휜 부분을 잘라낸다. 연골이 휘었을 경우 연골의 위 아래 일부를 잘라낸 다음 코 점막을 들어올리고 연골에 철망 모양으로 칼자국을 내어서 탄력에 의해 휜 연골이 정상으로 되돌아 오도록 한다.
축농증은 내시경 수술의 도입으로 드라마틱하게 치료 성과가 좋아지고 있다. 수술은 코곁굴의 고름을 제거하고 정상 점막은 놓아두고 상한 점막만 제거하는 것. 그러나 극소수 환자는 수술 부위에 내시경 기구가 닿지 않아 입안을 찢고 수술해야 한다. 천식과 축농증이 함께 있는 환자는 축농증을 잘 치료하면 천식 증세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코기능 미용 클리닉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 이비인후과에서도 코 성형 수술을 하나?
“이비인후과에서는 그동안 코중격만곡증 수술 등 주로 코의 기능을 개선하는 성형수술을 해왔다. 요즘엔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미용성형을 하고 있는데 기능적인 면에 많이 신경쓴다는 점이 성형외과와는 다르다.”
-콧병을 예방하려면?
“엎드려 책을 본다고 축농증에 걸리지는 않는다. 축농증과 비후 비염은 대부분 감기 때문에 생기므로 손을 항상 깨끗이 씻어 감기를 예방해야 한다. 약국에서 파는 식염수를 산 뒤 매일 코를 씻어주면 콧병 예방에 좋다. 또 물 1ℓ를 끓인 다음 식혀서 천일염 9g을 섞어서 만든 소금물을 이용해도 좋다. 코로 들여마신 뒤 코로 내보내거나 목 뒤로 넘긴 다음 입으로 내뱉으면 된다. 소금물을 삼키면 귀로 통하는 관이 열려서 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동헌종 교수가 이비인후과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에서 이비인후과 질환을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교수 46명에게 이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비인후과 질환은 크게 △코 질환 △귀 질환 △인후 두경부 질환으로 나누는데 코 질환 분야의 동 교수는 지난해 동아일보에 연재된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서도 톱을 차지했다. 귀 질환에서는 경희대병원 홍남표 교수, 인후 두경부 질환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최은창 교수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대병원 장선오 교수(귀 질환·52), 고려대 안암병원 최종욱 교수(인후 두경부 질환·53) 등 50세가 넘은 교수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반면 귀 질환 분야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원상 교수(50)는 꽉 찬 나이 때문에 추천을 덜 받아 2위에 머무른 것으로 풀이하는 의사도 있었다.
병원별로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의 순이었다.
▼이비인후과 질환 베스트 중견의사▼
분야
이름
소속 병원
세부 전공
코질환
동헌종
성균관대 삼성서울
코 내시경치료, 코 성형술
이철희
서울대
코 알레르기 질환
이상학
고려대 안암
알레르기 비염, 후각장애
이봉재
울산대 서울중앙
비염, 축농증, 코 종양
정봉학
인하대 인하(성남)
코 성형술
홍순관
이화여대 목동
비염, 축농증, 코골이
이상덕
하나 이비인후과
비염, 축농증, 코골이
귀질환
홍남표
경희대
난청, 보청기
이원상
연세대 세브란스
중이염, 두개저 종양, 현기증
홍성화
성균관대 삼성서울
중이염, 난청, 귀울림, 청신경종양
박기현
아주대
중이 및 이관(耳管) 질환
전영명
아주대
중이염, 뇌 기저부 종양
김리석
동아대
이(耳)과학, 이 신경학
오승하
서울대
이 과학, 이 신경학
여상원
가톨릭대 강남성모
중이염, 난청, 귀울림
인후두경부
질환
최은창
연세대 세브란스
두경부 종양
이용식
원자력
두경부 종양
왕수건
부산대
두경부 종양
김민식
가톨릭대 강남성모
두경부 종양, 삼킴장애, 음성장애
조재식
전남대
두경부 종양
노영수
한림대 한강성심
두경부 종양, 음성장애
정필상
단국대(천안)
두경부 종양, 음성장애, 레이저치료
최홍식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후두 질환, 음성 장애
성명훈
서울대
후두 질환, 두경부 종양
정광윤
고려대 안암
두경부 종양, 후두암, 음성장애
백정환
성균관대 삼성서울
두경부 및 두개저 종양, 음성장애
홍기환
전북대
두경부 종양
태 경
한양대 구리
두경부 종양
김상윤
울산대 서울중앙
두경부 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