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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펀드 8894개 '10%룰' 위반

입력 | 2001-09-09 19:06:00


국내 투신사 펀드 가운데 ‘10% 룰’을 어긴 펀드는 19개 투신사에 8894개 펀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자민련 조재환(趙在煥)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금감원은 또 투신운용사 검사를 통해 증권거래법 위반 사실을 찾아내 문책하기는 했지만, ‘투자자가 피해를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외면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편중투자 실태〓‘10% 룰’이란 각 펀드에 1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 1개 기업에 편중 투자할 경우 고객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투신은 98년 3월부터 1년 반 동안 1691개나 법률과 약관을 어겼고, 한국투신도 99년 4개월 동안 687개 펀드가 투자자 이익을 외면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국내 펀드의 평균 규모가 200억원임을 감안할 때 8894개 펀드는 180조원대”라며 “이 가운데 적어도 18조원이 대우계열사 등 특정기업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 받을 수 있다〓금감원은 지난달 19일 “한국투신이 10% 룰을 어겨가며 사실상 거래가 중단된 ㈜대우 채권을 무리하게 편입시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민원인 박모씨에게 손해액 32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는 투신사의 불법 행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금감원측은 “문제가 된 박씨가 맡긴 돈이 들어간 1000억원, 2000억원짜리 2개 펀드를 정밀 실사한 결과 한국투신은 고객 5000여명에게 3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개 펀드는 수익률이 높았던 우량펀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10% 룰을 어겼다고 해서 모두 손해배상 대상은 아니다’는 시각이다. 특정기업 채권비율을 10% 이하로 유지하다가 고객의 환매요구 때문에 펀드에 편입돼 있는 다른 채권을 파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특정기업 채권 비중이 높아진 경우는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 금감원은 “지금까지 이 같은 경우가 3건 모두 기각됐다”고 밝혔다.

▽투자자는 국가보호의 사각지대?〓금감원은 19개 투신운용사에 대해 ‘주의’ 또는 ‘문책’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펀드 전문가들은 “검사결과 ‘투자자의 자산보호 의무를 저버린’ 투신사, 펀드,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를 즉시 밝혀 시장의 응징을 받도록 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자료를 공개한 조 의원은 “금감원이 지금까지 국민이 대우채 문제로 재산상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8800여건을 적발하는 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발표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지법은 8월16일 “10% 룰 약관을 어기지 않은 경우라도 거래불능 상태였던 대우채권을 투신사가 사들였다면 그 자체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결해 투자자 권익 보호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