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에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들어 금리를 7차례나 인하하고 부시 대통령이 6조3000억달러의 대규모 감세를 단행, 재정흑자를 납세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등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에 빠진 경기가 점점 더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실업률이 7월보다 0.4% 포인트가 증가한 4.9%로 97년 9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나자 백악관의 표정은 크게 어두워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경기둔화는 진짜이며 너무 많은 사람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의 칼 로브 고문 등이 국정운영에 관한 의견수렴을 위해 4일 10여명의 공화당 중진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서둘러 경제를 되살리지 못하면 경제난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고언(苦言)이 쏟아졌다고 뉴욕타임스지가 9일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쟁에서 승리, 한때 국민들로부터 영웅적 지지를 받았지만 악화된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9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게 고배를 마셨다.
클린턴이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을 겨냥해 “어리석군요. 문제는 경제입니다(Stupid. It’s economy)”라고 한 것은 정치인들에게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운 말로 유명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승리 후 워싱턴을 방문하자마자 제일 먼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을 찾아 감세 공약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등 경제문제에 나름대로 신경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더욱 악화됨에 따라 백악관은 올 가을 교육문제 등에 총력을 기울이려던 대통령의 국정 의제(agenda)를 급히 변경, 경제를 최우선적 과제로 재설정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감세정책의 약발이 이제 다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또 다른 경제부양 조치를 강구, 부시 대통령이 이를 설득력있게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방안을 숙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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