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한국학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에서 박사 과정중인 전 민음사 편집주간 이영준씨(43·사진)는 "미국에서 한국의 정치나 역사, 문학 연구 수준은 중국이나 일본학 연구에 비해서 깜짝 놀랄 만큼 기대 이하"라고 전했다.
최근 자료 수집차 한국을 다녀간 이씨가 전하는 현지 사정은 사뭇 놀랍다. 우선 지금까지 미국 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를 딴 연구자가 극소수다. 50년대 1명, 60년대 10명, 70년대 31명, 80년대 27명, 90년대 40명으로 모두 합해도 100명이 안된다.
최근들어 숫적으로 학위자가 늘었다는 것에 희망을 거는 것도 섣부르다. 한국 유학생이 세 배가 넘는 사정이고 보면 미국인 출신의 한국학자는 소수에 불과한데다, 순수하게 한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
이런 저간이 사정이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한국학과 개설은 커녕 관련 강좌를 여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코넬대와 버클리대 같은 학교에서 한국문학 강좌를 맡을 교수를 몇 해 동안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 문학 강좌가 개설된 미국 대학은 고작 10곳 남짓. 교수진 중 주요 대학에서 한국문학 박사 전공한 뒤 활발하게 연구하는 사람은 UCLA의 피터 리(74)와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멕켄(57) 교수가 전부다.
이들은 왕성한 번역과 후진 양성 등 한국의 문학을 알기기 위해 '일당백'으로 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들 전공이 고전문학 위주여서 현대문학을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수 천년에 달하는 한국문학사 전부를 맡는 것이 고등학교 국어교사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국문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한 뒤 미국 대학에 유학해서 한국문학으로 학위를 받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미국에서 한국 문학을 전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문학서를 수준급으로 독해하는 정도는 '기본 자질'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연구 풍토도 한국에서 온 연구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특히 우리 고대문학의 경우는 문헌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은 학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고대시가인 향가(鄕歌)조차 "일연이라는 승려가 '삼국유사'에서 삼국시대부터 향가라는 것이 불려졌다는 주장을 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한국어를 배우기 힘들고 대학에 자리도 많지 않아 미국인이 한국학을 전공하는
장점이 많지 않다"면서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처럼 정부나 국내 공공단체에서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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