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1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은 박찬호(28·LA다저스)에게 정신집중이 어려운 경기였다.
먼저 그의 신경을 건드린 것은 경기 중 쏟아진 비. 이날 부시스타디움엔 경기 전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인트루이스의 1회말 공격이 끝난 뒤부터 굵은 빗방울이 내렸다.
1회 23개의 투구를 한 박찬호는 2시간4분 뒤 재개된 경기에서 코칭스태프에게 “마운드에 다시 오르겠다”며 투지를 발휘했지만 잔뜩 식어버린 어깨가 원상태로 재가동되긴 힘든 상황.
반면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1회 14개의 공을 던진 선발 매트 모리스를 빼고 중간계투 해크먼으로 교체해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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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결정적으로 마인드컨트롤에 실패한 것은 1-2로 뒤진 4회말이었다. 2사후 세인트루이스 1번 페르난도 비냐가 기습번트를 댄 공은 다저스 1루수 캐로스가 평범하게 처리할 수 있는 땅볼. 하지만 공을 잡은 캐로스는 1루를 밟지 않고 비냐를 직접 태그하려다 세이프를 만들어줬다. 이 어이없는 실책성 수비로 흔들리기 시작한 박찬호는 연속 2안타와 몸에 맞는 공 뒤에 에드먼즈에게 중월 만루홈런을 허용해 와르르 무너졌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4회초 타석에서 판정불만 때문에 방망이를 내던졌는데 이게 4회말 1루 세이프 판정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 속에서 박찬호는 3과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았지만 홈런 2개 포함, 8안타를 맞고 7실점해 시즌 10패째(13승)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은 3.23으로 상승. 시즌 200탈삼진을 돌파했지만 팀이 1-8로 패해 큰 의미는 없었다.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랭킹에서 3위로 밀렸고 내셔널리그 서부조 2위 샌프란시스코에 1.5게임차로 뒤지게 됐다.
한편 전날 구원승을 따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22)은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1과3분의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내 이틀연속 구원에 성공했다. 시즌성적 5승5패16세이브에 평균자책은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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