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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피아니스트 김대진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 도전

입력 | 2001-09-11 18:39:00


모두 27곡. 정오부터 쉬지 않고 연주하면 자정이 되어서야 끝나는 분량.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대진(39)이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연주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하루 동안’은 아니다. 27일 서울 광화문 성공회 대성당 연주(11, 17, 23번)를 시작으로 2004년 3월까지 모두 여덟 번의 연주회를 통해서다.

“모차르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사랑’입니다.”

한없이 달콤하고 명랑하지만, 때로는 끝간데 없는 멜랑콜리와 비극성까지 담고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결국 ‘사랑에 대한 동경’으로 해석된다는 이야기다. 줄리어드음대 대학원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력을 증명하듯 그의 설명은 막힘이 없다.

“열살 때는 쉽게 치지만 마흔이 되어서는 어려운 게 모차르트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그의 세계는 종합적이죠. 이제야 조금 자신이 섰다고나 할까요.”

시리즈 음악회를 계획하려면 최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연주력에 대한 믿음. 또한 지치지 않는 ‘추종자’, 즉 관객 동원에 대한 믿음. 연주력에 대한 믿음은 앞서의 설명으로 대신할 수 있을 듯 하다. 관객 동원은? 그는 국내 피아니스트 중 드물게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팬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성공회 대성당처럼 크지 않은 장소를 골랐지요. (웃음) 일종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주자에게만 팬이 몰리는 풍토를 앞장서 깨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지요. 이번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에 지방 팬도 세 차례 찾아갈 계획입니다.”

이 달에 그는 또 하나의 ‘작품’을 내놓는다.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의 ‘녹턴(야상곡)’ 앨범을 굿 인터내셔널 레이블로 선보이는 것. “물 흐르듯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입니다. ‘좋은 밤’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듯한…. 국내에서 녹음하느라 적당한 악기를 구하는데 힘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에 드는 연주가 되었어요.” 앨범은 18일경 음반점에 선보일 예정이다.

대화를 끝내기 앞서, 특히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모차르트의 협주곡은, 특히 느린 악장에서 악보에 표시되지 않은 장식음이나 즉흥적 악구(樂句)를 집어넣는 연주자들이 많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모차르트 연구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예요. 개인적으로는, 연주가들이 즉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모차르트가 남겨놓았을 것으로 추측하죠. 그러나 이번 시리즈 연주회에서는 악보대로 연주할 겁니다.”

시리즈 첫 콘서트는 오후 7시반에 열린다. 2만∼5만원. 02-543-5331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