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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리뷰]쇼스타코비치 ' 핀란드 모음곡'

입력 | 2001-09-11 18:39:00


“이 음악은 조국에 대한 치욕이다.”

핀란드의 2차대전 참전용사들이 분노를 터뜨렸다. 발단은 최근 핀란드 북서부의 도시 카우스티넨에서 60여년만에 공개 연주된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핀란드 모음곡’.

이웃 나라 작곡가가 핀란드의 자연과 민속을 찬양해서 곡을 썼는데 왜 화를 냈을까? 여기에는 양국 근대사의 아픔이 담겨 있다.

1939년 공산당 지도부로부터 ‘부르조아적 작품만 쓴다’는 비판을 받으며 숙청의 공포에 떨던 쇼스타코비치에게 은밀한 지시가 떨어졌다. “핀란드 선율을 주제로 한 관현악곡을 12월 2일까지 완성하라”는 것. 쇼스타코비치가 곡을 마무리하던 중 11월30일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했다. 작품은 침략당할 핀란드 국민에 대한 문화적 유화책의 일환으로 쓰여졌던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작품을 작품 목록에서 숨겨 버렸지만, 최근 그의 아내인 이리나가 남편의 전 작품들을 가감 없이 출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곡이 결국 햇빛을 보게 됐다.

참전용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인 대부분의 반응은 호의적. 음악팬들은 “전체주의의 압력에 시달리던 쇼스타코비치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 삽입된 일곱 곡의 핀란드 민요 중 특히 ‘푸르고 흰 하늘’ ‘딸기는 붉어’가 눈길을 끌었다. 파랑과 흰색은 핀란드 국기에 쓰인 핀란드의 상징색. 붉은 색은 당연히 공산주의를 상징한다. 몇몇 음악평론가는 “쇼스타코비치가 두 곡을 사용해 핀란드 국민에 대한 자신의 미안함을 나타내려 했다”고 분석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