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도서관앞.
“아이들 도시락 싸느라 오늘 수업에 늦게 들어갔는데 강의노트 좀 빌려줄래?”
활기찬 젊은이들 속에 중년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개중에는 대학생들을 자녀로 두었음직한 늙수구레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이 대학 늦깎이 학생들의 동아리인 ‘만용회(晩勇會)’ 멤버들이다.
동아리 리더격인 67학번 윤효선씨(국문학과)는 이번 여름 학부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에 입학한 케이스. 개강 후 처음 만난 동아리 후배들의 축하인사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집안사정 때문에 제대 후 복학을 포기했을 때만해도 이런 날이 올줄 몰랐는데….”
‘만학도들의 용기’를 줄여 ‘만용회’로 이름 붙인 이 모임은 삼십대 초반에서부터 많게는 환갑을 바라보는 사람까지 모두 26명으로 구성돼있다. 올 4월 ‘30세 이상의 학부 재학생’을 회원자격으로 하여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애틋한 사연이 있다.
국문학과 98학번 김명자씨의 경우 중학생 아들을 둘이나 둔 평범한 40대 주부의 삶을 살아오다 ‘나를 찾기 위해’ 대학문을 두드렸다.
“사실 즐기고 살 나이에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냐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사학과 67학번 ‘왕언니’ 박연근씨(53)는 “강의도중 같은 학과 후배인 교수님이 ‘선배’라고 부를 땐 좀 쑥스럽기도 하다. 만학도로서 어려움이 있지만 공부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항상 꿈꾸며 사세요. 우리 만용회원들이 젊게 사는 이유도 바로 ‘꿈’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공개한 행복찾기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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