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대열’에접어든 L씨(33·회사원)가 5년간 사귀어오던 애인과 이별한 날이었다. 집에 가는 전철 안에서 그는 한 여고생과 어머니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엄마, 남자친구하고 ‘100일 파티’ 해야하는데….”
“연인사이도 아닌데, 무슨 파티?”
“‘100일’간 사귀면 친구들이 기념으로 100원씩 ‘후원’해줘. 남자들은 1000원씩 거둬주는데, 이걸로 레스토랑에서 다 같이 차를 마시는 거야.”
10대들의 풍속도에 대한 여고생 딸의 설명은 이어졌다.
“100일 말고도 기념일은 많아. ‘투투파티’는 만난 지 22일 되는 날, 50일째는 서로 연락하면 헤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전화도 안해. 150일, 200일, 250일도 챙기지만 ‘300일’은 넘기는 애들이 없어선지 파티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L씨. 돌아선 연인에게 기념일 한 번 챙겨주지 못한 것이 잠시 후회스러웠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이내 맘을 고쳐먹었다.
‘이벤트 아무리 잘 하면 뭘해? 그래도 300일은 못 넘긴다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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