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추진중인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여당이 ‘공격’하고 야당이 ‘방어’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립형 사립고 정책을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19개 고교가 이를 무시하고 설립 신청을 한 상황이어서 이날 공방은 관심을 모았다.
여당 의원들은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 여건과 계층간 위화감을 문제삼았다.
민주당 김경천(金敬天) 의원은 “서울에서 자립형 사립고 설립 신청서를 낸 19개 고교 중 설립요건인 ‘법인 전입금 20% 이상’인 학교는 단 한곳뿐”이라며 이 제도의 도입을 늦출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덕규(金德圭) 의원도 “자립형 사립고는 특수 계층을 위한 ‘입시 명문고’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현 정부의 정책은 복지지향적인데 굳이 귀족학교로 불리는 학교를 설립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언 수위를 높이자 국감장 주변에서는 “교육부가 당정 협의도 안했나”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교육의 경쟁력을 거론하며 자립형 사립고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한나라당 현승일(玄勝一) 의원은 “고교 평준화는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 교실 붕괴만을 가져왔다”면서 “교육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정무(曺正茂) 의원도 “교육감이 선거 당시 자립형 사립고를 공약으로 내놓고 자립형 사립고 추천을 거부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추궁했다.
유인종(劉仁鍾) 교육감은 “이 제도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교육 여건상 내년에 도입하기 어렵다”고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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