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게 생겼으니 불안해 살 수가 있나.”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회의실에서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이 주최한 불법 도청 및 촬영 시연회를 지켜본 국감위원들은 상상을 넘는 정교한 첨단 기술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먼저 ‘몰래카메라’에 의한 도촬 시연. 김 의원이 한 인기 연예인의 사진이 든 액자 앞에 서자 조금 떨어진 모니터에 김 의원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언뜻 보아선 알아내기 어렵지만 사진에 뚫린 지름 1㎜가량의 몰래카메라 렌즈 구멍을 통해 김 의원의 모습이 비친 것. 김 의원이 액자를 향해 ‘아’하고 소리를 내자 같은 소리가 모니터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이날 시연회의 압권은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를 탐지해 컴퓨터 입력 내용이나 통신 내용 등을 훔쳐보는 템페스트(TEMPEST) 기술. 김 의원측은 장비 부족으로 이 기술을 시연하는 대신 일본의 사례를 영상으로 소개했다. 내용은 일본 방위청 관계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 20여m 떨어진 곳의 컴퓨터 입력 내용을 방위청 컴퓨터 모니터에 똑같이 복사해 내는 것이었다.
이날 시연회를 지켜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우리 국가정보원도 이 정도 기술은 다 갖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참 살맛 안 나네”라며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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