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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징크스? 깨버려!…'금기 파괴형 광고' 신선한 바람

입력 | 2001-09-11 19:10:00


첨단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광고계에도 광고주와 제작진이 꺼리는 금기(禁忌)는 있게 마련. 뚜렷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특정 부류의 모델이나 색상을 쓰면 아무리 광고를 잘 만들어도 실패한다’는 속설이 뿌리깊게 남아있다.

최근들어 이같은 금기에 과감하게 도전한 ‘징크스 파괴형 광고’가 잇달아 히트하고 있다.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광고계의 징크스를 역으로 이용해 오히려 고정관념을 깨는 컨셉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광고주가 가장 탐탁치 않게 여기는 모델은 인기 그룹에서 솔로로 전향한지 얼마되지 않은 가수. 솔로로 나서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는데다 그룹 시절의 이미지가 강하면 소비자들에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KTF는 올 7월말 ‘매직%’ 광고 모델로 인기그룹 HOT의 전 멤버였던 강타를 기용하면서 당시 미발표곡인 ‘북극성’을 CF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솔로전향 가수의 징크스를 감안할 때 강타의 캐스팅은 광고주와 광고대행사는 물론 가수 개인으로서도 모험.

하지만 이 광고는 ‘나는 이기적이다’라는 직설적인 카피와 맞물려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데성공했다. 방영 1주일만에 광고 호감도 상위에 올랐고 강타의 앨범도 많이 팔렸다. 제일기획 고은숙 차장은 “솔직히 기획단계에서는 징크스가 떠올라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금기에 지나치게 얽매이다보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새 영역을 개척한다는 심정으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여인천국’에서 경빈역을 맡아 표독스런 악역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도지원이 호주의 모피 브랜드인 아리사의 모델로 선정된 것도 캐스팅 불문율을 깬 사례로 꼽힌다. 사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극출연 연기자가 CF 모델로 자주 기용되고 있지만 악역이 메인 모델로 등장하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 광고에서 빨간 색은 쓰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앵커스팟Ⅱ’ CF 화면의 위와 아랫부분을 빨간 색으로 처리했다. 빨간 색의 강렬한 이미지가 상승장세를 상징하면서 소비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효과를 거뒀다는게 자체 평가.

삼성카드는 탤런트 고소영이 남성의 엉덩이를 툭 치고 지나가는 컨셉으로 여성 대신 남성을 ‘성 상품화’의 대상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광고계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관념을 뒤엎고 금기에 도전하는 광고 기법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