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섬앞 바닷가 언덕의 포도밭
《결실의 가을에 앞서 달려온 포도. 유난히 따가운 늦여름 땡볕 덕일까.
영근 포도알은 건드리면 터질 것같이 탱글탱글하다. 그 맛이야 말할 나위 없고….
그저 몇송이 사다가 맛보는 도시 사람들이 건듯 부는 바람결에 실려온 달콤 향긋한 포도향을 맡기란 쉽지 않을 터.
제철 만난 검붉은 포도. 올해는 그 향내를 찾아 짧은 여행을 떠나보자.》
휴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찾은 경기 화성시 갯가(송산면 고포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서해안 고속도로(‘비봉’ 출구)를 거쳐 직선화된 306번 지방도를 이용하니 김포대교에서 불과 한 시간반 만(79㎞)에 도착했다. 여기서 제부도는 30분 거리(27㎞).
포도 주산지인 송산면은 잘 영근 포도로 곳곳이 포도 향내로 뒤덮였다. 도로변의 포도원 앞에는 좌판에 포도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고 포도나무 넝쿨에는 흰 종이 봉투에 싸인 포도송이가 잎그늘 아래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중에서도 갯가인 마산포(고포 1리)는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이국적인 분위기의 포도원 마을. 바다를 향해 앉은 야트막한 언덕은 온통 포도나무로 뒤덮여 있고 그 언덕 한가운데 정상에는 예쁜 종탑이 딸린 하얀 건물의 고포 교회가 있다.
“올 포도는 작년 보다 껍질이 얇고 더 단 것 같네요.” 언덕 아래 갯가의 포도밭에서 상자에 포도를 담던 순빈포도농원 주인 김영순씨(42)의 말. 한 송이 얻어 맛을 보았다. 4월 새싹 나올 때 넝쿨위로 투명 플라스틱판을 설치, 비가림해서 키운 포도라는데 달콤한 맛이 그만이었다. “마산포는 송산에서도 포도맛 좋기로 이름났지요.” 따뜻한 해풍 덕분이려니.
그런데 포도송이가 작아 그 이유를 물었다. “한 사람이 한 손에 들고 한 번에 남김 없이 다 먹을 수 있게 했어요.” 굿 아이디어. 포도시세는 매일 달라 10㎏ 한 상자에 2만∼3만원을 오르내린다.
차를 몰아 어섬으로 갔다. 주변의 마른 개펄이 천혜의 활주로가 돼 항공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어섬. 어섬비행장(017-255-2610) 에어로피아(011-349-4125) 등 초경량항공기 업체가 있어 조종훈련과 체험비행을 할 수 있다. 프로펠러 추진으로 활공하는 초경량 항공기를 타고 어섬 주변을 돌아 보았다. 마산포 곳곳을 뒤덮은 포도밭, 대부도 해안의 낚시인 등등….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 발 아래 내려다 보인다. 가장 멋진 것은 얕은 물의 숭어떼 수십마리가 저공비행하는 항공기 엔진소리에 놀라 한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멋진 유영 장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체험비행은 10분에 3만원, 30분에 5만원.
남양리의 천주교 남양성모성지(031-357-5828)는 공원처럼 꾸며져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들러 볼 만한 곳. 306번 지방도(구길)의 남양사거리와 남양농협 사이에 있다.
summer@donga.com
▶ 찾아가기
①마산포 포도밭/어섬비행장〓서해안 고속도로/비봉 출구∼306번 지방도(직선화 신도로)∼남양∼송산(사강)∼사강교차로(‘KBS남양송신소·송산’방향)/우회전∼150m앞 사거리/직진∼300m앞 신호등 사거리(306·309번 지방도 교차로)/좌회전(‘306번 마산리’ 방향)∼포도밭 외길(6.2㎞)∼‘어섬비행장’이정표/우회전∼고포교회∼마산포(포도밭)∼어섬비행장.
②마산포→사강 회단지〓신호등 사거리(306·309번 교차로)/우회전∼300m앞 사거리/좌회전∼306번 지방도(구길)∼400m 전방.
③남양성모성지〓비봉TG∼8.2㎞∼샘터교차로(‘남양·화성시청’ 이정표)/좌회전∼갈림길/좌회전∼306번 지방도(구길)∼900m 전방/오른편(‘화성시청 화성시의회’ 이정표 서 있는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