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덕에 살았네…,”
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6관왕에 올랐던 호주의 ‘인간 어뢰’ 이언 소프가 11일 미국 테러 참사때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를 살려준 것은 다름아닌 호텔에 두고 나온 카메라.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프로모션때문에 뉴욕에 체류중이던 소프는 이날 비행기가 충돌하기 직전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들어서려다 다시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카메라를 호텔 방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기 때문.
호텔로 돌아와 카메라를 챙긴 뒤 동행을 기다리며 무심코 TV를 틀어본 소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과 15분전에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끔찍한 참사가 발생한 것. ‘건망증’이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었거나 무너진 잿더미속에 자신이 갇혀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
소프의 매니저는 “소프는 세계무역센터 주위를 거닐다 옥상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 했다”며 “카메라를 놓고온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프는 예정된 일본행 등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호주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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