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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 대참사]아프간은 과연 빈 라덴 내놓을까

입력 | 2001-09-13 18:54:00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내줄 것인가?’

미국 테러 참사의 유력한 용의자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떠오름에 따라 그를 비호해왔던 아프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간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의 ‘귀빈’으로 96년 이후 아프간으로 옮겨와 외딴 사막이자 20만명의 파쉬툰 종족이 살고 있는 칸다하르에 은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아프간의 주요 지원국인 파키스탄과 연결되는 지역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요충지다.

아프간 집권세력인 탈레반은 12일 “빈 라덴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보도는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도 없고 증거도 없다”며 “만일 이번 테러가 빈 라덴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면 그의 추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탈레반이 그간 미국의 신병 인도 요구를 거절하며 내세운 이유가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레반이 사건 발생 직후 이번 테러를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빈 라덴 보호 방침을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상 최대의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다음에도 그를 보호하려다가는 미국의 강력한 보복 공격으로 정권 마저 빼앗길 것이기 때문. 미국은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연쇄 폭탄테러사건 직후 아프간 내 빈 라덴의 은신처로 알려진 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 테러가 빈 라덴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미국은 예전처럼 미사일 몇 기가 아니라 전면전 수준으로 응징할 가능성이 크다.

아랍어 인터넷 신문인 ‘일라프’는 13일 탈레반이 빈 라덴과 조직의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리, 군사령관 무하마드 아테프 알 마크니 등을 함께 연금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일단 빈 라덴의 신병을 확보해 놓은 뒤 사태 추이를 살펴가며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