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서울 명동 한복판 대형 의류매장 앞 광장. 매장 문 닫을 시간에 때아닌 인파가 몰려들었다.
“자, 오늘 남은 사은품을 그냥 나눠드립니다. 고급 여행용 가방입니다. 어서들 오세요.”
반신반의하면서도 속는 셈치고 하나둘 사회자 앞에 모였다.
“우선 연인에게 드립니다. 요 앞에 계시는 커플, 축하합니다. 사이좋게 쓰세요.”
“저기 꾀죄죄한 가방을 메고 있는 외국인 손님도 한 개.”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이제 여섯 개 남았습니다. 꼭 필요한 분만 손 드세요. 저 뒤에 넥타이 매신 분, 어디에 쓰실 거죠?”
“출장 가는데요.”
“언제 어디로 가세요?”
“14일 싱가포르요.”
“거짓말하시는 것 같지 않으니 드리겠습니다. 출장 갈 때 꼭 가져가세요.”
군중 속에서 한 남자가 손 들었다.
“어디 쓰실 건데요?”
“뭐, 꼭 쓰겠다는 건 아니고 우리도 연인이라서….”
사회자, 싱겁다는 듯 가방을 집어들다 여자의 말에 멈칫했다.
“어머, 무슨 소릴. 우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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