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새로운 간디 어록
주문한 몇 권의 책을 찾으러 내가 동네 책방에 가던 날. 전 세계가 경악할 충격적인 뉴스를 듣고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 시키려는데 자그만 책 하나가 눈에 띄길래 얼른 사왔다.
20년 전 법정 스님이 소개로 한 번 읽긴 했으나 개정판으로 새로 나온 간디의 ‘날마다 한 생각’(함석헌 옮김·호미출판사·2001년)이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로부터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라는 칭호를 받은 그답게 온 생애를 큰 사랑과 진리의 삶에 헌신했던 간디의 면모를 잘 볼 수 있게 해 준다.
“죄에 크고 작음이 어디 있는가? 죄는 죄이지 달리 생각하는 것은 자기 속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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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미할수록 깨달음 새록새록
“폭력은 결단코 버려야 한다. 폭력이 성취하는 듯 보이는 선은 오직 외적인 선일 뿐이요,폭력이 가져 오는 해로움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단숨에 읽기 보다 두고 두고 음미해야 할 이 어록들은 간디가 1944년 11월20일부터 1946년 10월10일까지 2년간 그의 제자 아난드 힝고라니에게 매일 한 개씩 보낸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이미 반세기가 지났으나 이 어록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족의 지도자로서 때로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폭력의 저항으로 일관했던 간디, 철저한 무소유의 삶과 따뜻한 인류애에 불타던 그의 외침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깊이 귀기울여야 할 화두가 아닐까?
◆ "반복-미움의 칼 내려 놓으라"
무례하고 극단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습관적인 언어 폭력, 가장 사랑해야할 사람들끼리 사소한 일로 반목하게 만드는 미움의 칼을 어서 내려 놓으라고 그는 오늘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악을 몰아 내고 선을 키우는 노력을 날마다 새롭게 거듭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큰 일을 생각하지 않고 선한 일을 생각 해야 한다. 우리의 적은 우리 자신, 즉 우리의 욕망이다.”
688개로 정제된 간디의 보석조각 같은 글을 묵상하면서 진정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싶은 가을이다. 단순하지만 힘 있는 간디의 어록들은 폭력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평화의 일꾼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들을 제시해 준다.
“이기주의 속에 모든 문제가 있다. 이기주의는 항상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고난 받고 있는 인류를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리라. 사실, 그렇게 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이어서 다음 구절을 읽다가 나는 오래 눈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이 세상의 일에 아무 관심도 없이 오로지 피안의 세계에 잠겨 악기나 연주하면서 지내는 종교는 종교라는 이름을 가질만한 가치가 없다.”(수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