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의 법칙/ 허브 코헨 지음/ 352쪽 12000원 청년정신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거대한 협상테이블이다. 여기서 협상은 사업상의 협상이나 정치적 협상 같은 거창한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가족의 외식계획을 짤 때도 우리는 늘 협상을 하고 있다. 저자는 40년이상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수천개의 협상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 재임시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협상의 자문을 맡았던 저자는 지금도 1년에 200여일 이상 전세계를 누비며 미국의 큰 기업들을 대표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수많은 흥미로운 얘기 중 하나. 협상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끝장이오’라는 말을 절대로 해서 안된다. 내가 당신을 고용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연봉 5000만원을 원하지만 나는 3000만원 이상을 줄 수 없다. 나는 ‘들어오든지 아니면 없던 걸로 하든지 알아서 하시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당신은 그만한 돈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8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에 맞출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당신은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3000만원을 받기로 하겠습니다.’ 나는 이 상황에서 한번 더 튕겨본다. ‘2900만원은 안되겠습니까.’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3000만원 주십시오.’ 나는 한 숨을 한번 쉰 다음 그렇게 하기로 한다.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죠.’
이같은 ‘메뉴 제한 방식’은 아주 극적인 상황에서도 통한다. 1977년 크로아티아인들에 의해 미국에서 납치된 TWA소속 비행기 한 대가 파리 드골공항에 내렸다. 프랑스 경찰은 비행기 바퀴를 쏘아 꼼짝하지 못하도록 한 뒤 선택범위가 한정된 최후 통첩을 했다. ‘지금 여기 미국 경찰이 도착해 있다. 만일 투항해 미국 경찰과 함께 미국으로 들어간다면 길어야 2년정도 복역할 것이다.
이 말은 10개월내에 풀려날 수 있다는 말이다.’ 납치범에게 잠시 생각할 여유를 준 뒤 경찰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너희들을 체포한다면 너희들은 프랑스 법률에 따라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자 어떻게 할지 결정하라.’ 결국 그 납치범들은 투항을 했고 미국 법률체제에 의해 심판을 받아 살아남을 궁리를 하게 됐다. 강문희 옮김. 원제 You Can Negocia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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