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워싱턴과 뉴욕에서 자살비행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4일을 ‘국민 애도의 날’로 정하고 각종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날 낮 12시 워싱턴 국립 성당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예배가 열렸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듯 가랑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 부부와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부부들은 조용히 성당 안으로 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갑작스러운 이번 사고로 우리의 가슴은 타들어갔다”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또 빌 그래험 목사는 추모사에서 “이러한 악의에 찬 사건이 왜 발생하는지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정신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결코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댈러스 사우스다코다 등 미국 전역에서도 이날 추모예배가 열렸다. 가장 피해가 컸던 뉴욕에서는 공공건물과 가정집에 성조기가 내걸렸으며 교회와 성당에서는 정오 추모예배가 열렸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이슬람센터에서도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예배가 열렸으며 아랍계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아 적십자사에 전달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지난해 말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작전실행을 놓고 내부논쟁을 거듭하다 놓쳐 버렸다고 전임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이 13일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경 정보기관에 의해 비밀 분류된 빈 라덴의 소재 첩보가 클린턴 행정부에 제공됐으며 군사작전을 감행할지 여부를 놓고 백악관 내부에서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
당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제공된 첩보는 ‘눈으로 확인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위성촬영과 목격자의 증언에 기초해 그의 요새가 어디에 있는지 가리킬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공격이 시작됐을 때 빈 라덴이 재빨리 은신할 가능성과 작전시의 손익계산 등을 감안해 최종 공격신호를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액션 배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하는 테러영화 ‘콜레터럴대미지’가 테러 참사의 여파로 내달 5일로 예정된 개봉을 취소했다. 개봉이 취소된 이유는 영화 속에서 콜롬비아 테러주의자들이 로스앤젤레스 고층빌딩에 폭탄 테러를 자행해 주인공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숨지는 장면이 들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디즈니 영화사도 테러범이 핵폭발물을 가방에 숨기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내용이 포함된 팀 앨런의 코미디 영화 ‘빅 트러블’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발표했다. 이 밖에 세계무역센터가 등장하는 영화 ‘스파이더맨’과 ‘맨 인 블랙 2’는 이 건물이 붕괴돼 없어지는 바람에 광고와 촬영 스케줄이 바뀌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전직 교사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13일 전국 50개주 공립학교 교장을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편지를 보내 “공포에 대해 여러분들의 생각과 감정을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또 초등학생 이상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시 여사는 “우리나라는 강력하며 우리 국민은 곧 활기를 되찾는다”면서 “우리는 최악의 순간에 서로 돕기 위해 합심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에 머물러온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공한 군용기편으로 13일 급거 귀국해 뉴욕인들을 일컬어 “테러를 비난하는 살아있는 증표”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 동쪽 주방위군 창고에 차려진 희생자 유족 조문센터에서 “진실로 나를 감동시킨 것 중 하나는 바로 뉴욕”이라면서 “뉴욕이 매일 매일 대처하는 방식은 테러행위에 대한 비난”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이번 테러 때 테러범 색출과 매몰자 구조, 실종자 확인 등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납치당한 항공기 승객 중 일부는 비행기 화장실 문을 잠그고911(한국의 119)에 휴대전화를 걸어 납치당한 사실을 알렸다. 또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의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이 휴대전화를 걸어 위치를 파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 인터넷은 테러 참사 이후 전화와 항공기 운항이 끊기는 등 통신과 교통이 두절된 상황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요한 통신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또 전자우편과 웹사이트는 실종자 확인을 도왔다.
○…독일에서 국외추방을 기다리고 있는 올해 29세의 한 이란인 수감자가 11일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하기 전 미국에 테러위험을 사전 경고하려 노력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노버의 일간지 노이에 프레세에 따르면 현재 하노버 근교에 수감돼 있는 이 사나이가 미국 정보관리들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공격이 금주 중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들 관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것. 이 신문은 또 이 사나이가 13일 독일과 미국 정보관리들로부터 심문을 받았다고 전했다.○…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사건의 여파로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테러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주민들이 식품 사재기에 나서고 방독면과 방탄조끼 등을 구입하고 있다. 한 상점 주인은 일반인들도 테러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헬멧과 방독면, 비상의약품, 손전등과 건전지 등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지난 3일간 방독면 판매량이 평소의 10배인 600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테러 당일에는 이라크 공습 때와 마찬가지로 식수와 통조림 식품들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렸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수천명이 숨졌을 것으로 우려되는 전대미문의 테러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이로 인한 공황이 발생하지 않은 채 정부와 언론, 국민이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11일 테러 사건이 발생할 당시 플로리다주에 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 직후부터 딕 체니 부통령 등 행정부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상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국방부의 경우도 테러로 인해 건물의 일부가 무너지고 이에 따른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필수요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 등 테리리스트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또 국무부는 유럽 아시아 등 주요국가와 테러 수사 공조를 모색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등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다른 부처들도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구호작업 등을 유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이는 언론의 경우도 마찬가지. CNN, NBC, ABC방송 등 주요 TV 방송사들은 테러가 발생한 직후부터 정규 프로그램을 취소한 채 특집보도를 내고 있으나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을 만한 자극적 장면은 방영하지 않고 있다. 또 사고 현장에서도 구조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구조가 진행되는 장소에 지나치게 근접해 보도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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