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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황중환, '386c' 만화 책으로 펴내

입력 | 2001-09-16 18:42:00


‘제 목소리 내지 못한 채 상사와 마누라 눈치를 보며 살지만 가슴 속엔 아직도 열정이 남아있는 평범한 소시민. 그리고 이 사회의 허리 역할….’

동아일보에 만화 ‘386c’를 3년째 연재하고 있는 황중환씨(33)에게 386c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최근 그는 연재만화 중 일부를 단행본 ‘I am 386c’(이레·9500원)로 묶어 발간했다.

“제일 무서운 건, 마감과 독자들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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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오후 4시 마감시간에 맞춰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를 막상 그리려고 하면 이상하게도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럴 때는 정말 울고 싶어요. 음악 크게 틀어놓고 소리 몇번 지르죠. 아악 아악∼.”

그는 원고 마감에도 ‘신(神)’이 있다고 믿는다. 마감을 앞두고 처절하게 궁지에 몰리면 신이 불쌍(?)하게 여긴 탓일까. 아이디어가 하나 문득 떠오른다. 허겁지겁 그림을 그려 보내고 나면 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버린다.

“때때로 그림 내용이 이전보다 못한 ‘슬럼프’에 빠지는데 이 사실을 독자들이 제일 먼저 알아차리죠. 제 스스로도 처음에는 슬럼프에 빠졌는지 잘 느끼지 못하는데 독자들로부터 질책하는 e메일이 오면 ‘아 내가 요즘 슬럼프구나’하고 느끼지요. 하지만 질책보다는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처음 386c를 연재할 때 그는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초반 만화 내용은 직장 생활의 애환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만화에 전념할 수 없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만화가로 나섰다.

“회사를 그만두니 하늘을 볼 시간이 생기더군요. 세살 연상의 아내와 두 아들(7세, 1세)과 집 부근 올림픽공원에서 놀아줄 수도 있고 외식도 자주 해요.”

이 정도면 모범적 가장이다. 두갑반씩 피던 담배도 넉달전 끊고 술도 잘 하지 않는다. “제가 복을 타고 난 건지 제에게 만화소재가 될만한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요. 시간도 남으니까 책도 많이 읽지요.”앞으로의 포부도 소박했다.

“요즘 유행하는 ‘엽기’처럼 튀는 것이나, 공허하고 위선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은근히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