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서양화가 박용인씨(60)가 그린 작품들은 현실이면서도 환상처럼 느껴진다. 그의 그림 속에서 설산(雪山)이 펼쳐진 히말라야의 영봉들이나 파리와 베네치아의 고풍스런 정경들은 분명 현실이면서도 짙은 사색의 색조가 드리워져 있어 신비롭게 다가온다.
박씨는 22일까지 서울 청담동 이목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서 이 같이 독특한 색감으로 국내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10∼100호 크기의 그림 25점을 출품.
특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의 마차푸채 봉은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이상향처럼 그려져 있다. 화면 앞쪽의 짙은 암청색이 뒤로 갈수록 은은한 회청색으로 바뀌어가면서 종교적이면서 명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그는 “지난해 네팔의 히말라야를 여행하면서 새벽 4시에 헬기로 해발 3000m 지역으로 올라가 해발 7000m에 있는 일출 직전의 만년설을 바라보았다”면서 “그 때의 신비로웠던 영기(靈氣)를 화폭에 담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파리 베네치아 등 유럽 고도(古都)들의 성당, 마을, 길거리 등 풍경을 암갈색이나 황갈색을 주조로 한 색채들로 그려내 역사의 무게를 형상화해 낸다. 02-514-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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