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국방부 건물에 자살 테러에 이용된 피랍 여객기를 요격하기 위해 전투기들을 발진시켰지만 너무 늦어 테러를 제지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국방부 소식통은 15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소 4대의 공군 전투기가 피랍 여객기를 WTC와 국방부 건물에 충돌하기 전 요격하려 했으나 너무 늦어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무장한 두 대의 F15 전투기가 11일 오전 8시52분 매사추세츠주 팰머스의 오티스 공군기지를 이륙했지만 이 때는 이미 아메리칸항공(AA) 11편 여객기가 WTC의 북쪽 빌딩에 충돌한 지 6분이나 지난 때였다”고 말했다. 다른 전투기들 역시 유나이티드항공(UA) 175편 여객기가 WTC 남쪽 빌딩에 충돌할 때까지도 뉴욕 상공에 다다르지 못했다.
또 11일 오전 9시35분경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F16 2대도 AA77편 여객기가 국방부 건물에 충돌하기 불과 2분 전에 이륙해 요격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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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지명자는 14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NORAD)는 납치된 여객기들이 WTC와 국방부 청사를 들이받기 수분 전에야 피랍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사태를 막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전투기들의 출동이 늦었던 건 냉전 종식 후 즉각적인 출격 태세를 갖춘 전투기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미 정보기관의 안이한 대처도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미 정부는 사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의 테러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지난달 고위전문가 2명을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 파견해 “200여명의 테러범들로 구성된 조직이 미 본토에서 눈에 잘 띄는 표적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테러작전을 준비중”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장도 15일 “우리는 미국에 (테러 위험을) 수 차례 분명하게 경고했으나 미국측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AA77편을 납치해 국방부 청사로 몰고 간 테러범 중 일부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의 관련 혐의로 미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었지만 아무 어려움 없이 미국에 입국했다고 CNN방송이 15일 보도했다.테러범 칼리드 알미드하르는 작년 10월 발생한 USS콜호 테러사건의 핵심인물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만나는 것이 목격된 데 이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살던 이번 테러의 동료 알 함지 형제를 자주 방문했던 사실도 드러났지만 결국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