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만에 가장 긴 휴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17일(현지시간) 다시 개장할 뉴욕증시에 온 세계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증시의 경우 개장 후 등락을 경험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당사자인 뉴욕증시의 첫날 움직임이야 말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한다면 뉴욕증시가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얼마나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인가와 어느정도 기간 후에 회복할 것인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혼란기에는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금융자산도 대피할 곳(safe haven)을 찾게 마련이며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flight to quality)한다. 전체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할 때 가장 안전한 자산은 테러 직후 급등을 보인 금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재무부채권이 있다. 2년만기 미재무부 채권가격은 금리인하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수요가 몰려 급등세(채권금리는 하락)를 보였다.
주식시장에 국한해 피할 수 있는 대피처라면 경기 방어주가 될 것이다. 제약과 담배, 음식료 등의 업종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이라고 해도 절대적으로 안전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정부분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보험업계와 항공업종 그리고 소비관련 업종은 투자자들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국경제는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 테러가 있기 전에도 미국경제는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소비 심리 악화가 이번 테러사건으로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주 발표된 소비자 신뢰지수의 경우 테러사건 이전의 집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에선 이번 사건을 진주만 기습과 걸프전에 비교하고 있지만 이 사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이 입은 물리적인 피해도 피해지만 미국 국민의 자존심이 크게 손상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의 대대적인 보복 공격이 성공할 지라도 소비심리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문제로 남아있게 된다. 소비 위축은 바로 경기회복의 지연으로 연결되고 기업들의 실적 회복도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렵다. 사건현장 바로 앞에 위치한 월스트리트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처럼 미국 증시의 회복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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