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로 떠나는 교사들.’
농어촌 및 중소도시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대도시 진출’을 위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어 가뜩이나 열악한 이들 지역의 교육현장이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99년 교원정년 단축으로 대도시 교원 부족이 나타나면서 두드러지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내년부터 학급당 학생수가 35명으로 낮아질 경우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어촌 교사 ‘사표 바람’〓경북지역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초등교사 92명이 사표를 냈으며 올 들어서도 9월 현재 75명이 사직했다.
충남에서도 지난해 144명이 사직한 데 이어 올해도 85명이 학교를 떠났다. 강원지역도 경력 3년 안팎의 교사 60여명이 지난해와 올해 학교를 떠났으며 전남에서는 올 들어서만 40명이 사표를 냈다.
사직하는 교사들은 대개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여교사가 60%가량. 이 가운데 전업 등을 이유로 사직한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도시로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청은 분석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 D초등학교 교감은 “최근 젊은 여교사 2명이 사직하는 바람에 퇴직한 60대 교사 2명을 임시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사표를 낸 뒤 대도시에서 경력직 교사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1년 동안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북교육청의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교사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사표를 제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생활 불편’이 주요 이유〓사표를 낸 교사들은 대도시 교사채용시험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등교사 60명을 신규 임용한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응시자의 28명이 경북출신 경력교사였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28명 중 20명이 여교사”라며 “응시자 중 최종합격자는 9명이었다”고 밝혔다. 대구의 경우 다른 지역에 근무하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농어촌이 많은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 불편. 경북이나 충남도 내에서도 도시에서 근무하다 군 단위 학교로 전보될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시의 K초등학교 박모 교사(27·여)는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남편과 수년 동안 별거하는 생활이 불편해 지난해 사표를 냈다. 박 교사는 현재 경기도내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전문가 진단〓내년에는 교원부족 현상이 전국적으로 더욱 심해지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농어촌이 많은 지역의 교사들 사이에 사표 제출이 더욱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김광남 초등인사담당장학관은 “대도시로 가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지만 교사 개인의 생활 불편도 큰 문제”라며 “농어촌이 많은 지역은 자체적으로 초등교사를 양성하거나 순환근무 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등 대책을 교육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대도시를 선호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되돌려놓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농어촌도 근무할 만한 환경으로 바꾸어나가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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