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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조의 풀코스 인터뷰]'골리앗' 김영현

입력 | 2001-09-17 18:48:00


모래판의 거인. 민속 씨름의 ‘골리앗’ 김영현(25·LG투자증권)의 키는 2m17. 보통 사람이 올려다보기도 힘든 거구다. 그런 그가 올해 벌써 다섯차례 정상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요즘처럼 김영현에게 ‘거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던 적은 없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는 늘 함께하는 법. 올초부터 김영현을 상대한 선수들이 자주 장외로 떨어져 부상을 당하자 “승부욕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황영조:천안 장사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것 우선 축하합니다. 여름 훈련의 비결은 어떤게 있었나요.

김영현:체력 훈련에 치중했습니다. 사실 훈련량이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황:현재 최고의 장사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정상에 오른다는 것보다는 그것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이 저를 더 연구하게 되죠.

황:라이벌을 꼽는다면요.

김:이태현 선수가 껄끄럽죠. 저와 키도 비슷하고….(이태현의 키는 1m96, 21cm나 차이나지만 그래도 김영현의 키에 가장 가까운 선수다.)

황:올해 밀어치기 기술로 부상하는 선수가 유난히 많았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김:우선 상대가 뒤로 밀려 넘어지면 끌어 당겨줄만한 힘이 없어요. 경기장이 너무 작은 느낌도 있구요. 저는 발이 모래판안에 있는 경우라도 기술이 걸린 상대는 경기장 밖으로 떨어질 때도 있고…. 운동 선수로서 승부욕이 강한 것이 나쁜 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면 경기장의 구조를 바꾼다던가 하는 조치가 먼저 있어야죠. 사실 비난의 타겟이 되는 것에는 불만이 많습니다. 밀어치기도 기술입니다. 배지기나 빗장걸이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선수들은 그냥 두면서 유달리 밀어치기를 많이 쓴다고 뭐라고 하면 안되는거죠.

(김영현은 이 대목에서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서너시간 뒤 한국씨름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영현에게 3개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인터뷰 당시에는 ‘징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지만 비난의 여론이 있는 점에 대해서는 무척 거슬리는 듯 했다. 씨름연맹의 조치가 내려진 뒤 김영현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영현은 “아직 LG씨름단측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3개 대회나 못 나가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운동만은 열심히 할 것이며, 선수로서의 자세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름은 언제 시작했나요?

김:중학교 3학년때 농구를 배우던 중에 씨름으로 전향했어요. 그때 키가 2m, 체중이 100kg이 나갔었는데 농구를 하려면 체중을 80kg까지 줄여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다가 빈혈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한영고의 양의석 감독님께서 저를 눈여겨보시고 씨름을 권유하셨죠. 저로서는 은인인 셈이죠.

황:중3때 벌써 키가 2m였다구요? 집안에 키가 큰 분이 있었나요?

김:할아버지께서는 장골이라고 하시던데. 부모님은 그리 크시진 않습니다. 제가 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저와 비교돼서 그렇지 다른 선수들도 큰 편입니다. 요즘 씨름 선수들은 다들 무척 커요. 아마 LG 농구단 평균 신장보다 LG 씨름단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더 클걸요.

황:키가 커서 불편한 점이 많았을텐데.

김:옷과 신발을 구하기가 힘들어요. 옷은 맞춰입으면 된다지만 신발은 어려워요. 요즘에는 수입품 운동화를 구해 신고 다닙니다. (김영현의 발 크기는 360mm) 버스타기도 힘들고…. 그나마 지하철은 천정이 높아 조금 나은 편이지만 버스에서는 어깨가 걸릴 때도 있어요.

황:억대 연봉을 받는데, 자가용은 없나요?

김:운전 면허가 없으니 당연하죠. 키가 너무 커서 운전석에 앉을 수가 없어요. 운전 연습은 언감생심입니다. 오픈 카의 앞 좌석을 떼고 앉으면 몰라도. 택시를 타도 옆으로 누워서 가야 하고...... 운동하는 걸 빼면 키가 커서 덕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황:키 큰 사람은 싱겁다던데, 본인 성격은 어때요?

김:하하, 싱겁다는 말이 맞을겁니다. 속이 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내성적인 편이구요. 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흥분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승부욕이 강해서 흥분하기도 하구요.

황:여자 친구는 있나요?

김:어휴, 그것은 물어보지 마세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어서.

황:하하. 그러면 더 묻지 않겠습니다.그런데 올해 목표는 뭔가요.

김:당연히 천하장사 아니겠습니까. 지난해 못 이뤘으니까요.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