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워싱턴 등 미국 심장부에 대한 테러가 가해진 지 닷새. 많은 지식인과 시민들은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는 미국의 행동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침착함을 잃지 않는 시민정신과 지도층과 국민의 혼연일체, 다양한 의사표출에 대한 존중 등은 초강대국 미국의 저력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성숙한 시민의식〓박진철(朴眞徹)씨는 “위급한 상황에서 세계무역센터 계단을 줄지어 내려오는 질서의식에 놀랐다”며 “덕분에 수만명이 근무하던 건물의 희생자가 수천명에 ‘불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택(趙性澤)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는 “사망자, 실종자 파악에 급급한 한국과는 달리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민과 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金智龍)씨는 자신도 살아날 가망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고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예로 들어 역할과 규칙(rule)에 충실한 미국인들의 태도를 높이 샀다.
▽‘위기 앞에선 하나’〓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기 대응 미숙에도 불구하고 국난 극복을 위해 대통령을 감싸고 의회가 하나가 돼 정부정책을 전폭 지원하는 것을 부러워 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대 국제지역원 백진현(白珍鉉) 교수는 “이 같은 단결의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부통령, 국방장관 등 의사결정권자들이 확고한 지휘체계를 갖추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부총장은 언론의 태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의 울부짖는 모습보다는 복구작업과 촛불기도, 헌혈과 자원봉사의 물결 등을 부각시켜 민심을 가라앉히고 국론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군사평론가 지만원(池萬元)씨는 전현직 대통령의 ‘상징적 리더십’에 주목했다. 사고현장에서 유가족들을 껴안으며 위로하고(클린턴), 메가폰을 잡고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는(부시) 행동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테러를 뿌리뽑겠다’는 국론통합을 유도했다고 그는 말했다.
▽다양성은 인정〓미국의 보복 움직임에 대해 MIT대 노엄 촘스키 교수 등은 반론을 제기했지만 감정적 비난을 받는 일은 결코 없었다.
박원순(朴元淳)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국식 논쟁문화가 그들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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