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재승 의원이 소설가 이문열씨의 최근 발언 등을 문제삼으며 ‘통일문학전집’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의원은 문예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이문열씨가 개혁을 방해하고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곡필을 일삼았다”고 비판했지만 문단에서는 최 의원의 발언이 정치적 논리에 의한 무리한 주장이라는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학평론가인 황종연 교수의 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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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씨 '통일문학' 자격논란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은 문학에서 정치는 연주회장에 울리는 총소리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적인 것의 전횡은 문학이 애써 추구하는 그 나름의 영역을 일거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다.
어제 우리는 그 연주회장에 울리는 총소리와 방불한, 문학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철렁이게 하는 소음을 들었다. 이문열씨의 소설이 ‘통일문학전집‘에 수록될 자격이 없다는 민주당 최재승 의원의 발언이 그것이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최 의원은 이씨를 가리켜 “개혁을 방해하고 민주화를 가로막으며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곡필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이씨의 작품을 ‘통일문학전집’에 포함시킨 문예진흥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최 의원은 심지어 이씨를 “일제시대 친일작가 이광수”에 견주어가며 이씨를 배제하도록 요구했다.
‘통일문학전집’ 발간 취지 중 하나가 통일을 위한 여건 조성이라면 작품 선정 기준에 민족통일에 대한 공헌 여부를 포함시키는 것은 그럴 법한 일이다. 그러나 선정 대상이 선전 삐라가 아니라 문학작품인 만큼 통일 공헌 여부라는 기준은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씨의 작품이 전집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면 수록하기로 결정된 북한작가들의 작품은 어떤가. 북한 체제의 정당화에 봉사한 그 수많은 작품들은 이씨의 작품과 달리 민족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곡필”을 이유로 이씨의 작품을 배제하려는 최 의원의 발상은 자기 정파의 이해를 만사의 척도로 삼으려 드는 정치 권력의 독선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문학처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활동에 실로 치명적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은 일제하의 우수한 문학작품들을 정치적 이유를 들어 금서(禁書)화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전통을 단절시키고 작가 및 독자에게 사상적, 문화적 빈곤을 초래한 전례가 있다.
‘통일문학전집’에 실릴 예정이던 이씨의 작품은 ‘황제를 위하여’ 같은 정치적 현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작품이다. ‘황제를 위하여’는 공교롭게도 이념적, 정치적 대립으로 얼룩진 한국근대사를 비판하고 정신의 자유를 소망한 소설이다.
인간 문화에서 문학이 담당하고 있는 빛나는 역할 중 하나는 이해(利害)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해하고 관용하는 마음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이다. 체제의 대립을 넘어선 민족공동체의 창조를 위해서도 문학에 대한 정치적 차별은 중지되어야 한다.
황종연(문학평론가·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