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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스페인의 스낵 '하몽하몽'

입력 | 2001-09-19 10:54:00


몇 년전에 '하몽하몽'이라는 스페인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된 적이 있었는데, 혹시 그 영화 보신 분이 계신가요? 그저 좀 '야한 영화'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보진 않았었는데 알고보니 '하몽(Jamon)'이란 것이 돼지 다리로 만든 스페인의 명물인 '생 햄'이라더군요.(영화에서 돼지 다리로 서로를 때리는 장면이 나온대요.) 영어 철자는 'jamon'인데 저희처럼 '자몽'이라고 읽어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꼭 '하몽'라고 읽어주세요. 하몽 하몽~

오늘은 이 묘한 뉘앙스가 풍기는 단어 '하몽'으로 시작하는 스페인의 간단한 스낵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스페인 거리를 다니다보니 '하몽'을 파는 가게가 아주아주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왠 햄 파는 가게가 이렇게 많은가 의아해했었는데, 이 가게들이 단순히 햄만 파는 가게가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이 간단한 요기와 술 한잔을 위해 즐겨 들르는 '바'의 역할을 하는 곳이더라구요.

전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 다섯끼를 챙겨먹을 정도로 먹고 마시는 것에 정열적입니다. 이 다섯끼를 매번 정식으로 그럴듯하게 차려먹지는 못할 것이기에 스페인의 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간단한 스낵을 파는 바와 카페들입니다. 이 중 '하몽'을 주로 하고 한켠에 치즈나 다른 햄들도 파는 곳도 있구요, 하몽가게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요리(안주)들과 커피나 술을 파는 바도 많습니다.

처음에 하몽 가게에 들어갔더니 미끈한 '돼지다리'들이 천정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다소 엽기적인 광경이었습니다. '하몽'을 주문했더니 미리 내려놓은 한놈을 꺼내서 대패로 밀듯이 칼로 도려내어 주더라구요. 가게 안에는 이 돼지다리 말고도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 갖가지 음식들이 가득하고 진열장 뒷편에는 각종 음료수와 커피,맥주,술들을 갖추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런 바에서 파는 여러가지 음식들을 타파스(Tapas)라고 합니다. 가장 간단한 것으로 올리브 절인 것부터 시작해서 감자 샐러드, 작게 썰은 바게트빵에 햄이나 치즈를 올린 것, 생선 절인 것과 각종 고기의 각종 부위를 썰어 만든 요리까지 셀수 없이 다양한 재료와 종류들로 구성된 작고 간단한 스낵들이죠. 저희가 먹은 것 중에선 '돼지 귀 요리'도 있었답니다.

솔직히 조그만 접시에 담긴 타파스 조각을 먹기엔 요깃거리로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타파스와 더불어 또다른 요깃거리라고 한다면, 손바닥 만한 바게트 빵 안에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 만드는 일명 바게트 샌드위치가 있지요. 여기서 부르는 이름은 '보카디요(Bocadillo)'라고 하는데, 타파스보단 한결 부피감이 있으니 같은 가격이라도 배고픈 여행자들에겐 더 적당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네요. 하몽 뿐 아니라 갖가지 재료로 만든 오믈렛인 '또띠야(Totilla)'를 넣거나 치즈를 넣기도 하더군요.

보기에 그럴듯 하긴 했는데 중요한 것은 맛이겠죠? '하몽'은 햄으로 유명한 독일햄이 돼지고기를 꽉꽉 채워서 삶은 것인 반면에 그대로 바람에 숙성시킨 '생 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 입 먹으면 약간 비릿한 맛도 나고 약간 상한 맛도 나는 것 같기도 해서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먹는 '런천미트'나 '진주햄 쏘세지'를 먹을때처럼 착 달라 붙는 맛은 아니지만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났었습니다. 특히 바게트 샌드위치 안에 넣어 먹으면 가격 대비 그 효율이 엄청나서 저희가 한달 스페인에 있는동안 가장 즐겨찾는 요깃거리가 되었답니다.

'하몽'을 먹느라 여행중 거의 들어가지 않았던 '바'를 들락날락 거리며 자세히 봤더니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으며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같이 먹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목이 메이도록 이 작은 요리들만 먹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구요. 맥주나 와인 혹은 스페인 전통술들을 마시고 곁들여 그 집의 유명한 타파스를 한조각 먹고, 또 다른 바로 옮겨 다른 타파스와 술을 마시고...그렇게 집을 옮겨 다니며 먹고 마시고 배를 채우고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을 만나는것이 스페인 사람들의 식습관이자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합니다. 어찌됐건간에 안주 종류 다양하고 맛있어서 술 마시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주빨 잘 세우는 설마담 생각 ^^; )

타파스를 파는 바에서 쓰윽 보기에 많이 마시는 것은 역시 맥주인듯 했습니다. 아주 짤달막하게 생긴 병에 들은 맥주나 생맥주도 많이 마시고 와인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었죠. 바텐더들이 입구가 뾰족한 뭔가를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부지런히 붓고 있는 것으로 봐서 위스키나 기타 알코올들도 많이 마시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가 마셔본 것은 '상그리아(Sangria)'라는 과일주인데 레드 와인과 여러 과일들을 섞어 만든 달콤한 맛을 가진 붉은 색의 술로 그리 독하지 않고 칵테일처럼 맛있는 술이었습니다.

술은 아니지만 스페인에서도 오직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음료가 있습니다. '가스파쵸'라는 이 음료는 음식 전에 전채로 스프 형태로 나오기도 하고 그냥 음료로 마실 수도 있는데 이것의 맛이 아주 독특하더라구요. 주재료는 곡물가루와 토마토, 그리고 마늘! 이것들을 갈아 만들어 차게 먹으면 시큼 짭짤한 것이 딱 동치미와 오이소배기 국물의 중간 맛 같기도 하고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미묘한 맛이 납니다. 음료라고 생각하면 진짜 맛이 이상한데 음식과 같이 스프로 주문해 먹으니 우리 입맛에 잘 맞더라구요. 스프로 먹을 때는 피망,오이,양파,튀긴 빵조각 등을 취향에 따라 넣어서 먹으면 차가운 야채가 아작 아작 씹히면서 더위가 싹 달아나고 입맛이 돌아오니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낮에는 덥다고 자고 밤에는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스페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될 지도 모르겠지만 한여름 한낮의 태양이 너무도 뜨겁고 긴 이 나라에서 한낮의 열기를 피해 서늘한 밤의 문화를 발전시킨 것은 그들만의 당연한 생존의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술과 잦은 식사 그리고 간식들로 이어지는 식습관도 더위에 지친 몸에 기운를 보충하고자 하는 스페인만의 색다른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덕택에 짠돌이 홍대리한테서 술 한잔, 안주 한접시도 얻어먹고 하니 저 설마담도 이 나라의 사는 방식이 맘에 들려고 하는 참입니다. ^^;

☞ 어디서 먹나요?

「하몽과 타파스」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스페인의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나 널려 있는 것이 바로 '타파스'를 파는 '바'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하몽'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에는 간판에 돼지 뒷다리 그림이나 'Jamon'이라고 써 놓았지요. 그냥 지나가다 봐도 돼지 다리가 주렁주렁 걸린 엽기적인 광경이 목격되곤 한답니다.

☞ 가격

타파스는 대부분 200페세타에서 300페세타까지의 저렴(?)한 수준으로 한두점의 음식이 제공되는데, 이게 어느 정도 큰 접시에 나오는 것을 'racion'이라고 해서 가격이 800페세타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작은 접시는 안주로는 괜찮아도 요기는 안되거든요. 바게트 안에 '하몽'만 넣은 간단한 '보카디요'는 대략 200페세타로 음식값 비싼 이 나라에서 가장 싼 요깃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훠얼씬 싸요!) 거기에 내용물이 추가되면 역시 가격이 조금씩 오르구요. (스페인 100페세타 = 약 680원)

스페인 전통술 '상그리아'는 한잔에 300페세타부터 500페세타까지 가게마다 다양하고 맛도 다양합니다. 역시 작고 붐비는 가게에서 마셨던 것이 가장 맛있구요, 겉만 그럴싸한 카페에선 가격도 비싸고 맛도 그냥 술에 과일맛 가루 탄 것 같았습니다.

스페인의 정열적인 밤을 몸소 체험하고 싶으면 늦은 밤 카페나 바에 들러 '타파스' 한접시와 '상그리아' 한잔 꼭 드셔보세요. 놀고 마시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 사람도 명함을 못내밀 정도로 집에 갈 생각 않고 노는 스페인 사람들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요. ^^;

스페인의 밤이 좋은 꿈틀이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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