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축구대표팀 유럽전지훈련멤버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때 최태욱(20·안양 LG)은 "기회가 왔을 때 잡지 않으면 늦는다.어떻게 하든 대표팀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천수(20·고려대)와 함께 최연소로 대표팀에 합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던진 다부진 한마디였다.
그로부터 한달여. 최태욱은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그의 다짐이 결코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16일 열린 2차전때 한국은 오른쪽 위주의 단순한 돌파가 이어졌는데 후반 교체투입된 최태욱이 왼쪽사이드에서 100 를 11초대에 달리는 빠른 발을 이용해 돌파하면서 공격에 큰 활력을 불어 넣었던것. 결국 최태욱은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종료 직전 이동국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한국팀의 승리를 이끌며 '2002년 월드컵호' 승선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마땅한 왼쪽 공격형미드필더가 없어 고민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최태욱의 등장에 큰 만족을 표시했다. 히딩크 감독은 최태욱의 정확한 슈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10일부터 평가전을 위한 훈련때 전 선수들이 참여한 프리킥 슈팅게임이 있었는데 최태욱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것. 이때부터 골찬스가 높은 프리킥엔 최태욱이 기용되고 있다.
최태욱이 보여준 '절반의 성공'은 철저한 프로의식에 기인한다. 최태욱은 99년 이천수와 함께 부평고를 고교최강으로 이끌었지만 연세대행을 과감히 포기하고 프로에 뛰어든 '겁없는 신예'. 데뷔 첫해 16게임에 출전해 1골 3어시스트로 안양의 정규리그 정상정복에 한몫을 하며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찼다.
최태욱은 원래 스트라이커. 그러나 소속팀에선 오른쪽 사이드어태커를, 대표팀에선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무리없이 소화하는 '올라운드플레이'를 펼친다. 물론 이같은 그의 다양한 포지션 소화능력은 축구 하나만으로 성공하고자하는 철저한 노력의 산물이다.
조광래 안양 감독은 빠른 발을 이용해 2선에서 골문으로 파고드는 능력에선 최태욱을 팀선배이자 대표팀선배인 이영표보다 좋다고 평가한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도 장점. 게다가 어린 나이에도 강한 승부욕과 철저한 몸관리에서 선배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최태욱은 "이제 팀을 우승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면 다시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야망'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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