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증권가에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주식 안 팔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제의한 것에 대해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진 것. 한 네티즌은 증권정보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기관이나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주고 안 팔면 외국인투자자들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작용이 아닌 ‘억지’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 네티즌의 비판에 공감을 표했다. 한 증권업계 임원은 “대통령이 ‘주식 사주기’를 거론하다니…, 도대체 시장의 논리를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시장의 문제’는 금리나 세제, 증시제도 등 ‘시장의 수단’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애국심 호소 같은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논리는 냉정하다. 특히 주가는 시장 상황 변화를 대단히 민감하게 반영하는 ‘매우 솔직한 상품’이다. 테러 사태 이후 첫 개장한 날의 미국 증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많은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이 이날 애국심을 발휘해 주식 매도를 자제했지만 헤지펀드들은 이 틈을 노려 공매도(空賣渡)로 거액을 챙겨갔고 지수는 곤두박질했다.
일부에서는 전날 김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주식을 산다면 세계가 평가할 것”이라는 대목을 놓고 입방아를 찧었다. 과거 금모으기 운동 때 각국의 매스컴이 경탄했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번엔 ‘주식 사주기’로 세계의 시선을 모아보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대통령의 발언에 정책 담당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누구보다도 시장의 논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일단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17일에 이어 이틀 만인 19일 증권사 사장단이 또다시 모임을 갖고 주식 순매수를 재결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금동근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