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換亂) 이후 서울시내 부동산을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는 어디일까?
서울시가 98년 6월 이후 이달까지 집계한 ‘외국법인 주요 토지 및 건물 취득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내 토지와 건물을 가장 많이 매입한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다. 외국인들의 ‘부동산 사냥’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접어들어 이들의 부동산 거래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무렵부터 본격화됐다.
98년 6월 이후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 서울시내 200평 이상 규모의 토지는 총 175건(46만 6406㎡). 이 가운데 미국 법인이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108건(21만758㎡)의 땅을 사들였다. 거래면적으로는 전체의 45%가 미국 법인 몫이었다.
미국은 특히 △주유소 및 충전소 등 정유 관련(47곳) △은행 및 금융 관련(41곳) 부동산 매입에 공을 들였다. 미국에 이어 네덜란드는 전체의 18.5%에 해당하는 총 20건(11만6531㎡)의 토지를 구입했다. 네덜란드 법인이 사들인 땅은 정유, 유통, 자동차회사 부지 등 용도가 다양하다. 토지매입 건수로 따지면 미국 법인이 네덜란드의 5배가 넘지만 면적은 2배에 못 미친다. 네덜란드가 상대적으로 단위면적이 큰 토지를 사들였기 때문.
아랍에미리트는 이 기간에 15건(1만9006㎡)의 땅을 매입했다. 소유부지는 중동 국가답게 대부분 주유소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 중국 등 화교 자본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말레이시아는 총 5곳(3만8253㎡)의 부지를 확보했고, 중국도 지난달 종로구 관철동에 투자회사 부지를 매입해 2건(3460㎡)의 토지를 갖게 됐다.‘패션국가’ 프랑스는 명품 패션업체 루이뷔통코리아 매장 등 2곳의 토지를 확보하고 있다.
땅과 함께 건물 취득현황도 국가별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98년 6월 이후 외국 법인이 사들인 연면적 200평 이상 건물은 총 90곳(연면적 기준 151만8074㎡). 이 중 절반이 넘는 48곳(50만9958㎡)이 미국 법인 소유다. 은행이 25곳, 주유소 등 정유 관련 업체가 10곳으로 나타나 금융 및 정유산업에 강한 미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는 연면적 21만3627㎡에 해당하는 건물 8곳을 인수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기술, 자동차 관련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졌으나 최근에는 은행, 임대업 등의 자본 진출이 눈에 띈다.
한편 98년 6월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외국 법인과 외국 자연인)들이 사들인 토지면적은 총 125만2195㎡였으며 건물의 연면적은 204만960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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