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마누라’는 ‘친구’가 흥행에 성공한 이후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조폭(조직폭력배)’을 다룬 영화다. 그러나 ‘조폭 마누라’는 남자 대신 여자를 조폭 2인자로 설정함으로써 “또 조폭이야” 하는 식상함에서는 일단 벗어나 차별화에는 성공했다.
시사회장에서 주인공인 여자 조폭 ‘차은진’ 역을 맡은 신은경이 “작품성은 따지지 말고 부담 없이 웃고 즐기며 봐달라”고 말했듯이 이 영화는 최근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전형적인 코미디물이다. 1986년 영화 ‘납자루떼’를 감독했다가 참패한 개그맨 서세원이 15년 만에 제작자로 충무로에 돌아와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웃음과 액션이 적당히 버무려진 ‘조폭 마누라’는 ‘납자루떼’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겠지만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등 초강세를 보였던 코미디 흥행 신화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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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누라’는 ‘메가톤급 한 방’에 해당하는 웃음은 없지만 영화 내내 ‘잽 펀치’ 정도의 웃음은 꾸준히 날린다. 하지만 ‘신라의 달밤’에 비해서는 웃음의 강도와 리듬감이 떨어지고, 웃기면서도 찡한 ‘엽기적인 그녀’에 비해서는 말랑말랑한 부분이 없다.
전설적인 여자 조폭 차은진은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진 친언니(이응경)을 찾아낸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언니는 동생의 결혼식을 보고 싶어하고, 차은진은 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결혼을 추진한다. 남편감으로 찍힌 순진한 공무원 강수일(박상면)은 은진이 조폭인 줄도 모른 채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잠자리를 거부하며 연일 남편을 발로 차내던 은진은 죽기 전 조카를 보고 싶다는 언니의 말에 즉시 아기를 갖는다. 그러나 사업권을 놓고 다투던 백상어파와의 싸움에서 은진은 유산을 하게 되고, 이를 안 수일은 복수를 위해 백상어파에게 달려가는데….
조폭 세계와 가족이야기가 결합한 스토리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다소 겉돈다.
‘15세 이상’이라는 등급을 염두에 두고 보면 거슬리는 대목도 많다.
차은진과 결투 끝에 ‘불능’이 돼 버린 백상어파 조폭이 영화 후반부에서 은진의 배를 발로 밟아 끝내 유산시키는 대목이 그 예다. 일당백으로 싸우다가 수세에 몰려 얻어맞게 된 차은진이 뒤늦게 모성애가 발동했는지 “배만은 때리지 말아요. 임신했어요.”라는 말에 “난 (너 때문에) 고자가 됐어”라고 코믹하게 내뱉으며 계속 발로 밟는 부분은 웃기기는커녕 불쾌하다.
술집 여자가 은진에게 ‘성적 기교’를 가르쳐주는 내용등 영화 전반적으로 ‘성적 코드’도 깔려 있고 수시로 심한 욕설을 내뱉는 조폭들의 ‘언어 폭력’의 수위도 심각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도 ‘언어 폭력’에는 의외로 둔감한 심의잣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28일 개봉.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