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음반은 흔치 않다. 메이시 그레이(Masy Gray)의 ‘The Id(소니뮤직)’를 만났을 때 드는 느낌은 2001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보컬 상을 수상한 명성 그대로다.
플래티넘을 기록한 ‘온 하우 라이프 이즈(On How Life Is)’로 자신의 인생을 소개했다면 이번 음반에서 메이시 그레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고민하며 거칠게 고백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는 이번 음반에 한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이러한 가사는 이상하게도 신경질적이고 까칠한 느낌의 독특한 목소리를 만나면서 진실되게 느껴진다.
▼[들어보기]'Sweet Baby'
또한 음반 타이틀 ‘The Id’에서 알 수 있듯 ‘Id’는 컴퓨터에서 사용자를 인식하는 기호의 의미와 프로이드의 원초적인 자아단계를 이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메이시 그레이적인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으며 소울, 펑크, 팝,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흑인 음악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첫 곡인 ‘리레이팅 투 어 사이커패스(Relating To A Psychopath)’는 기타와 피아노, 생동감 있는 타악기, 화려한 코러스 등이 리듬감 넘치는 보컬과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특히 후렴구는 음이 양측 스피커에 왔다갔다하며 머리 속을 빙글 빙글 헤집고 들어와 현대사회의 혼란을 표현하고 있다. 첫 싱글로 선정된 ‘스윗 베이비(Sweet baby)’는 대중적인 멜로디가 안정감 있는 리듬을 타면서 빛을 발하는 곡이다.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와 함께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을 맛볼 수 있는 트랙이다.
그 외 공격적인 사랑의 가사와 담담한 보이스의 ‘부(Boo)’, 끈적끈적한 느린 템포의 앞부분과 디스코로 급반전되는 뒷부분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섹슈얼 레보루션(Sexual Revolution)’, 흑인 특유의 창법이 돋보이는 ‘돈트 컴 어라운드(Don’t Come Around)’ 등 총 13곡의 인상적인 곡들로 음반을 완성했다.
김경숙vlff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