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은 불타고 있는가/ 박승수 외 지음/ 184쪽 2만원 승국문화재단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았던 작년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를 돌이켜 천착하는 여러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전에 없이 묘한 갈등이 분출됐다.
한쪽에서는 인천상륙작전 50주년 기념 행사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버금가는 국제적 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어렵사리 남북 교류의 물꼬를 터 가는 시점에서 이런 냉전적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했던 것이다. 양자의 모습을 똑같이 불안한 시선으로 주시한 많은 이들은 아직 우리에게는 역사를 되새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천은 불타고 있는가’는 양자의 주장에서 한 발씩 비켜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전승(戰勝) 기념서도 아니요, 혐전(嫌戰) 선전서도 아니다. 다만 역사를 시류나 이념적 동향에 따라 왜곡하지 말고 있던 그대로 보자는 취지를 최대한 살렸다.
한반도 분단문제 전문가인 정치학자 김학준(金學俊·동아일보 사장) 박사가 명쾌하게 기술한 ‘한반도의 분단 과정’이 그렇고, 편향된 시각을 극복하고자 수록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인 ‘조선 인민의 정의의 조국해방 전사’ 속에 수록된 ‘인천상륙작전 기록’ 역시 균형잡힌 편집 의도를 잘 보여준다.
특히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의 비밀 해제 문건인 ‘9.15 인천경찰서 학살 사건의 진상’을 가감 없이 제시했다는 점, 포화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구명(救命)했던 인천 지역 유력 인사들의 생생한 증언, 원로 사진작가 고(故) 임응식 옹이 미 국무성 종군 사진작가로 촬영한 ‘인천상륙작전 당시 폐허가 된 인천 시가지 사진’ 등이 남북 간에 벌어진 참상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조우성(인천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