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만화로 유명한 백성민씨(53)가 자신의 원고를 분실한 출판사와 송사를 벌이고 있다. 백씨는 최근 만화 ‘토끼(사진)’의 원고를 분실한 서울문화사를 상대로 2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냈다.
‘토끼’는 98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을 탄 작품. 조선시대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관군과 반군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민초의 삶을 그려낸 작품으로 백씨 특유의 굵은 선과 묵직함이 돋보인다는 평. 격주간지 빅점프에 96년부터 2년 동안 연재했으며 98년 서울문화사에서 단행본 5권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백씨가 최근 1100쪽에 달하는 원고를 돌려 받으려고 했으나 서울문화사가 이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
백씨의 변호인인 표재진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출판사와 만화가 사이에 ‘원고를 분실하면 원고료의 최고 10배까지 배상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는다”며 “백씨의 지명도나 작품 수준을 볼 때 ‘토끼’의 원고료 7000여만원의 3배 수준의 배상액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 없어져 매우 아쉽다”며 “배상 액수가 얼마나 되느냐도 의미가 있지만 이 사건으로 출판사와 만화가 사이에 원고 분실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사 측은 일단 분실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배상 액수에 대해선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문화사 측은 백씨에게 30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정식 재판 전 판사와 함께 ‘화해’를 시도하는 공판이 열리지만 서로의 액수 차이가 너무 커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원고 분실 사례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W출판사도 A씨의 원고를 잃어버린 것으로 밝혀져 작가가 이 사건의 추이를 보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 만화출판사 사장은 “출판사가 원고 보관을 직원 개인에게 맡기다 보니 분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원고 보관을 체계화하고 분실했을 경우 보상 규정도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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