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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건강]노인의 성생활, 노화억제 효과 '삶의 윤활유'

입력 | 2001-09-23 18:31:00


《‘황혼의 성(性)’도 아름답다.

평균 수명이 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년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인의 성 문제.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아직 ‘늙은이가 무슨…’, ‘주책스럽고 망칙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남녀의 성적 기능에는 ‘정년’이 따로 없다”며 “노년기의 성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삶을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가꿔주는 윤활유”라고 강조한다.

‘노인의 날’(10월 2일)을 앞두고 노년기 성에 대해 알아본다.》

▽노인은 성욕이 없다?〓잘못된 편견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성적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생활의 즐거움은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70세가 넘어도 성욕을 관장하는 남성호르몬의 수치는 20대의 3분의 2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노화로 인해 전립샘과 방광 등에 생기는 질환때문에 발기부전을 겪는 사례가 늘어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성기능 장애가 성생활의 ‘끝’을 의미하진 않는다. 갈수록 보다 안전하고 효과 좋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성도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분비물은 줄어드나 성감대의 반응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또 남성호르몬의 증가로 실제 성욕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70대 이상 여성 중 25%가 자위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와 성〓대개 남성은 18∼20세, 여성은 30∼35세가 성적 욕망과 기능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특히 남성의 발기와 사정 능력은 10대 후반에 최고조에 달한 뒤 30대 이후에는 점차 내리막길로 접어든다.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70∼80세까지도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성적 능력이 예전만 못하지만 대다수의 노인들에게 성은 여전히 중요한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성의학 클리닉에는 70∼80대 남성이 아내의 손을 잡고 성기능 장애를 치료받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여성은 폐경 후 남성호르몬이 증가하고 임신의 공포에서 해방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성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고목(古木)에도 꽃은 핀다’〓국내외 각종 조사에서 나타난 노인들의 성생활은 예상과는 달리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남녀 5명 중 1명이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에서는 60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이 ‘지금도 성생활을 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이들 중 64%가 매월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 10명 중 7명이 ‘노인에게도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성생활을 하는 노인의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풍요로운 노년의 성〓노인의 성생활 중 가장 우려할 점은 잘못된 속설을 맹신해 스스로 체념하는 소극적인 자세다. 실제로 성행위로 인해 심장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고혈압과 뇌혈관 질환으로 성 기능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도 성기능과 건강 유지에는 규칙적인 성생활이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성 노인의 규칙적 성생활은 고환, 음경 등의 위축과 퇴화를 방지해 전립샘 질환을 예방하고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남녀 모두 성생활은 뇌 이마엽을 자극해 뇌의 노화, 치매, 건망증 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성행위 중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되고 면역력이 강화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노년기의 성은 부부의 주도권 싸움을 사라지게 하고 보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젊은 시절보다 훨씬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하는 ‘도구’다.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들은 재발이 두려워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드러운 성생활은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인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여성 상위로 만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약물, 인슐린 요법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성행위가 가능하다. 증세가 심할 경우 음경 보형물 삽입 등의 치료를 받은 뒤 성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교수 02-760-2421,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형기교수 02-3497-2590, 서울 성의학클리닉 설현욱원장 02-512-1101)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