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말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하나 지을 수 없는 가난한 나라인가요?”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네티즌이 최근 어린이도서연구회 홈페이지(www.childbook.org)에 올린 ‘국립어린이 도서관 하나 없는 나라’라는 글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작은 개척교회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한상수씨는 얼마전 문화관광부가 1999년3월22일 발표한 ‘국립어린이도서관 건립 계획’ 문서를 우연히 봤다. 장밋빛 사업 취지는 한씨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 정도였다.
“국립어린이도서관은 21세기 지식정보시대를 이끌 어린이들에게 꿈과 창의력을 길러주고 (…) 산재한 다양한 어린이 도서 및 관련 연구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보존해 어린이 교육에 관한 조사연구자료를 제공하는 중심공간으로 만든다.”
도서관 건립 추진개요 역시 화려했다. 2002년까지 총 사업비 450억원을 들여 용산가족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 등 서울 일원에 연면적 3000평 내외의 대형 어린이도서관을 신축하고, 국내외에서 발행되는 어린이 도서와 아동연구자료까지 수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씨는 그간 별다른 추진상황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이 이상했다. 곧장 문화관광부 담당자에게 “사업 진행상황을 알고 싶다”고 e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외환위기로 인한 국가재정의 어려움으로 현재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요지였다.
사실 ‘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라는 점에서 어린이도서관 건립은 아동문학계의 숙원사업이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조월래 실장은 “아이들이 책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 시스템이 전무하다”고 개탄했다.
현재 국내 어린이전용도서관이라고는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시립 사직어린이도서관이 고작이다. 어린이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전국 주요도서관에 별도의 어린이 열람실을 마련한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본과는 비교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 오사카 국제아동문학관은 방대한 전세계 어린이 문학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아동문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도쿄 우에노공원내에는 초대형 국제어린이도서관(www.kodomo.go.jp)이 개관해 우리 아동문학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사실을 전한 한씨는 “박정희기념관 건립에는 몇 백억원씩 지원하는 정부가 어린이도서관은 예산이 없어서 못짓는다 사실에 한숨이 나온다”면서 “제대로 된 어린이도서관 하나 갖는 것이 국민의 요원한 소망인가”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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