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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중간 점검]說만 무성 戰果는 아직…

입력 | 2001-09-24 18:45:00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금융비리와 로비의혹 사건이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지 20여일이 지났다. 이씨는 2일 대검에 연행됐고 3일부터 수사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20여일이 지나는 동안 이씨의 정관계 로비의혹 및 검찰 내 비호세력 등에 대한 의혹이 검찰 안팎과 언론, 정치권 등에서 수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하루 2, 3건씩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고 ‘검찰 고위간부 비호혐의 확인’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검찰은 “로비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형사처벌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씨의 680억원대 횡령과 250억원대 주가조작, 금감원 조사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이 이씨에게서 금품로비를 받고 이씨를 비호했는지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은 이씨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며 검찰은 23일부터 대검 중수부의 수사인력 전원을 투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수사성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시추공을 여러 개 뚫어 놓았는데 아직 기름이 분출되지 않고 있다”고 수사상황을 비유했다. 또 다른 검찰간부는 “미끼를 많이 던져 놓았으니 조만간 뭔가 잡힐 것”이라면서도 “사건의 실체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어 전체적으로는 여론의 기대에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내부 비호 의혹〓지난해 5월9일 서울지검 특수2부가 횡령 등의 혐의로 이씨를 긴급체포하고도 하루만에 전격 석방한 배경에 검찰 간부들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 특별감찰본부까지 구성돼 수사가 진행중이다.

대검 감찰부와 특감본부는 24일까지 의혹에 관련된 모든 인사에 대해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서울지검 지휘라인인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과 임양운(林梁云) 광주고검 차장, 이덕선(李德善) 군산지청장과 당시 수사 검사들, 이씨와 여운환씨, 김태정(金泰政) 변호사와 진정인 강모씨, 이씨의 계열사에 취직했던 임 고검장의 5촌 조카 호균씨도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특감본부는 김 변호사와 임 고검장, 임 차장과 이 지청장 등 수사라인에서 ‘의사전달’이 있었던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부당한 압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특감본부 관계자는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조사결과로는 당시 문제가 있었지만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 친인척 연루 의혹〓일부 신문이 22일 ‘금융기관 고위간부인 대통령 인척 L씨가 금괴를 싣고 가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보물선에 대한 정보를 오모씨를 통해 이씨에게 제공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의혹이 불거졌다. L씨측은 취재진의 접근에 일절 응답이 없다. 검찰은 “수사 대상도 아니며 그에 관한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해외 전환사채(CB) 통한 수뢰 의혹〓본보가 20일자에서 처음 제기한 의혹. 이씨가 삼애인더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900만달러의 해외 CB를 발행해 이 중 일부를 정관계 실력자들에게 건네 수억∼10억원의 시세차익을 보게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의혹을 풀 중요 인물인 D금고의 실질 소유주 김모씨가 도피 중인 데다 CB의 실제 소유주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뇌물메모 및 비망록〓검찰이 지난해 이씨를 수사할 당시 이씨가 자필로 메모해 놓은 뇌물제공 대상 정관계 인사 명단을 압수하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내용.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이를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담당 검사인 서울지검 형사9부 김인원 검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이 총무와 담당 기자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밝혀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용호 리스트〓이씨가 직접 관리해온 검찰 및 정관계 인사의 리스트를 지앤지에서 입수했다고 한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검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도내용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씨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수첩이나 컴퓨터에 있는 전화번호 목록 등을 분석한 결과 거래처나 아는 사람, 음식점 등 1819개의 연락처가 나왔는데 여기에는 검찰 등 법조계 인사도 있고 언론인도 수십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평소 받은 명함이나 연락처 등을 모두 기록해둔 것인 듯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리빙TV 관련 의혹〓본보의 독자적인 취재로 24일 처음 제기된 의혹. 검찰은 “수사여력이 없어 아직 못 알아봤지만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