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겸 감독
“우승? 부천 SK에 물어봐.”
2001프로축구 K리그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1위 수원 삼성(승점 35)과 4위 부산 아이콘스(승점 33)의 승차가 단 2점에 불과할 정도로 ‘대권’을 놓고 벌이는 상위권팀의 살얼음 승부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중 우승의 최대변수는 바로 부천 SK. 부천은 23일 선두 수원에 0-1로 뒤지다 후반 37분 조성환의 프리킥 동점골로 1-1 무승무를 기록하는 등 지난달 18일 안양 LG전 2-1 승리를 시작으로 4승5무를 기록하며 9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안양을 비롯해 수원(2-1승·8월29일)과 부산(2-2·8월22일) 등 갈길 바쁜 상위권팀에 딴죽을 걸고 있다.
팬의 관심을 더욱 사로잡는 부분은 부천이 잔여경기에서도 상위권팀과 잇따라 만나게 돼 있어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 10월14일 4위 부산, 10월21일엔 2위 성남 일화,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10월28일엔 3위 안양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에 부천과 만날 예정인 팀들은 잔뜩 ‘죽을 상’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막판에 체력과 부상 등의 변수에 승수쌓기가 어려운데 골치 아픈 팀을 만나게 됐기 때문.
상대팀들이 부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패행진을 하는 등 상승세에 있다는 점도 있지만 지난달 조윤환 전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사령탑에 오른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온몸을 불사르겠다’는 투지로 혼연일체가 돼 있기 때문.
이 같은 투혼은 23일 수원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부천은 아직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은 곽경근이 후반에 출전을 자청해 45분을 소화하는 투혼을 보였고 대표팀 차출에 따른 피로와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던 이을용도 선발 출장해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서정원의 선제골에 0-1로 뒤지다 무승부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선수들의 투지가 뒤를 받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감독은 “부상을 당한 선수들마저도 하나같이 출전을 원할 정도로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상위권 도약도 노려보겠다는 태세. 지난달 초 9위를 달리던 부천은 24일 현재 6위(승점 28)로 올라서 산술상으론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