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테러 참사가 발생한 직후 테러조직과 테러 배후국에 대해 금방이라도 군사적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 같던 미국이 예상외로 차분한 대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24일 테러 대응책에 놓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이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키로 결론을 모으기까지 벌였던 긴박한 논의 과정을 소상히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대응책의 밑그림은 15, 16일 이틀간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에서 부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팀 구수회의에서 결정됐다.
회의 첫날인 15일 부시 대통령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헨리 셸턴 합참의장으로부터 테러 대응책에 관한 종합적인 브리핑을 받았다.
셸턴 합참의장은 이 자리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군사행동과 함께 정보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군사행동만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전쟁에서 신속하게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셸턴 합참의장의 말에 동의했다. 부시 대통령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폴 오닐 재무장관이 테러 배후조종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 조직의 자금 문제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외국 금융당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도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우방국에 대해 강력한 태도로 협조를 얻어내라”며 오닐 장관에게 테러조직의 돈줄을 파괴하는 임무를 맡겼다.
회의 둘째 날인 16일 참석자들은 군사행동의 범위에 대해 큰 이견을 보였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테러 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가 있건 없건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대해서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셸턴 합참의장은 “증거도 없이 한 국가를 공격할 경우 영공 및 병참기지 사용 등 우방국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힘들다”며 이라크 공격에 반대했다. 파월 국무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이 나서 “지금 당장은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인 알 카이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집중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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