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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서울 중고교 추석직후 시험 학생-학부모 불만

입력 | 2001-09-24 18:48:00


해마다 추석이면 가족과 함께 성묘하러 시골 큰집을 찾았던 김모군(14·서울 성북구 S중 2학년)은 올 추석에 서울에 혼자 남아 집을 지킬 신세다.

“추석 연휴 이틀 뒤인 6일부터 중간고사를 치러야 해요. 올 추석에 사촌 동생들과 밤을 줍기로 했는데…. 학생은 조상과 친척도 없나요. 추석 연휴에 공부를 해야 하다니….”

서울 대다수 중고교가 추석 연휴 직후 중간고사를 치를 예정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추석 연휴에 온 가족이 마음놓고 쉴 수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학기 중간고사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중순까지 일선 학교장이 자율로 정해 중학교는 3일, 고교는 5일간 치르도록 돼 있다.

중고교는 9월 말은 개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운 내용이 적어 시험을 치르기 어렵고 10월 중순에는 가을축제가 있기 때문에 추석 연휴 직후가 중간고사 적기라고 설명한다. 서울 동작구 관악중, 영등포구 여의도중, 도봉구 북서울중 등 많은 학교가 추석 다음주 월요일인 8일부터 중간고사를 치르기로 했다. 중구 용산중과 성북구 서라벌중 등 일부 학교는 6일부터 중간고사를 본다.

학부모들은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우울한 연휴를 보내야 하는 자녀들을 대신해 “시험일을 조정해달라”며 연일 교육인적자원부 등 교육 행정기관 홈페이지에 하소연하고 있다.

B중 2학년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명절에 아무데도 가지말고 공부나 하라는 건지, 시험을 망쳐도 좋으니 시골에 (성묘하러) 가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체험학습을 강조하면서 시험으로 아이들 발목을 붙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K중 3학년생 학부모도 “같은 반 친구들이 시골에 안가고 시험 준비를 한다며 아이가 시골에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며 “시험만이 교육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중고교는 이같은 ‘항의’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서울 중랑구 M중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지면 사고도 많이 나기 때문에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학생들의 마음을 ‘붙들어두기 위해서’라도 시험 일정을 변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