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에게 26일(한국시간)은 매우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박찬호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한다.
하지만 이날은 박찬호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3연전이 끝나는 27일 이후 9경기를 모두 원정으로 치른다.
또 포스트시즌에 나갈 가능성도 거의 없다.
다저스는 25일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조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4.5게임 뒤져 있다. 와일드카드는 더 힘들어 선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는 5게임이나 벌어졌다.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한다면 박찬호가 올시즌 다저스타다움에 서는 일은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다음시즌은?
박찬호가 내년시즌에도 계속해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게 될지 아닐지는 본인을 빼고나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요소를 바탕으로 추측은 해볼 수 있다. 현재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먼저 박찬호의 입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박찬호는 다저스에 정이 많이 떨어진 상태.
여기에는 지역언론의 ‘박찬호 죽이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픈허리를 이끌고 죽도록 고생만 했는데 LA지역언론은 지난 18일 중간계투로 나가 4실점한 것을 빌미로 연일 ‘박찬호 때리기’에 열중하며 박찬호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다. 한술 더 떠 ‘박찬호를 포기하고 테리 애덤스나 제임스 볼드윈을 잡으라고’ 충고까지 하고 나섰다.
박찬호를 더욱 분통터지게 하는 것은 케빈 브라운과의 차별대우.
브라운은 24일 팔꿈치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7년간 1억 5백만달러에 계약한 브라운의 올시즌 성적은 20게임에 등판해 고작(?) 10승4패. 부상자 명단에도 4번이나 올랐다. 팀을 위해 ‘희생’한 박찬호와 비교하면 브라운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언론들은 ‘브라운이 팔꿈치 통증을 참아내며 팀을 위해 지금까지 던졌다’는 식으로 칭찬 일색이다. 박찬호로선 속이 부글부글 끓을만한 보도태도.
다저스가 박찬호에게 매력적인 협상안을 제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생각하는 FA 박찬호의 적정 연봉은 ‘2000만달러’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저스가 박찬호에게 2000만달러를 투자 할 지는 의문이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30개구단 가운데 연봉총액이 높은 대표적인 팀이다.
브라운을 비롯해 숀 그린, 대런 드라이포트, 게레 셰필드 등 많은 선수들이 연봉 1000만달러가 넘거나 조금 모자란다. 또 이들은 계약기간이 최소 2~3년 이상 남아있다. 머독이란 미디어 재벌이 구단주로 있다지만 1000만달러의 추가비용(박찬호의 올시즌 연봉 + 내년 인상분)을 감당하기란 쉽지않다.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한 박찬호’.
빅리거의 꿈을 키우고 슈퍼스타가 된 친정 다저스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더 필요로 하는 팀을 찾아 떠나느냐.
박찬호가 올 겨울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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