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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주춘엽/수능 장소-감독 대학에 맡기자

입력 | 2001-09-25 18:32:00


200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고등학교에서 중고교 선생님들의 관리감독으로 치러지는 수능시험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험 장소와 감독자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입 수능시험 장소는 고등학교이고 시험 감독자가 중고교 선생님들이어서 우리나라의 중등교육 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수능시험은 국가고시이며 국가적인 행사인데 하루쯤 교육활동을 쉬는 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단편적이고 현실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고교에서는 실제로 2학기의 단위 학교별 학사일정 및 교과과정 이수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2학기는 체험학습 테마학습 체육대회 축제 등으로 교실수업의 기회가 줄어들어 교과별 이수시간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연례행사가 돼 하루 반의 교실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수능 전날 오후는 수능시험 감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듣기 위해 감독 교사들이 지정된 학교로 가기 때문에 학교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감수해야만 한다. 고등학교는 고등학생들의 대학입시에 관련 있는 행사이므로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학교는 직접적인 관계도 없으면서 교육활동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중학교는 1999학년도에 재직교사 47명 중 28명이 시험감독으로 차출돼 시험 전날 오후에 일찍 학생들을 귀가시켜야 했고 시험 당일은 휴교를 해야 했다. 2000학년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중고교는 수능시험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 만큼 중고교 교사가 시험 감독으로 차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동안 가르쳐온 학생들이 감독 대상인 경우가 많아서 시험감독을 엄격하게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시험 장소를 대학으로 바꾸고 시험감독도 대학이 맡도록 해야 한다.

주춘엽(전북 원광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