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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拜 墳(배분)

입력 | 2001-09-25 18:50:00


拜 墳(배분)

拜-절 배墳-무덤 분 鞠-기를 국 嘗-맛볼 상股-다리 고 廬-초막 려

‘孝, 百行之本也.’(효, 백행지본야-孝는 모든 행위의 근본이다.)

참으로 효성스러운 민족이라 조상 섬기는 것은 세계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나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生鞠之恩(생국지은)’, ‘가이없는 것’으로 여겨 極盡(극진)히 하는 것을 美德으로 알았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傳說도 많다.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자식을 죽이는가 하면 병환을 가늠하기 위해 변을 찍어 맛보았다는 ‘嘗糞(상분)’이 있다. 또 염병이 돌아 먹을 것이 없자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었다는 ‘割股(할고)’의 故事도 있다. 이 모두가 孝를 최고의 德目으로 여긴 데서 나온 美談들이다.

그 孝는 부모의 死後에도 이어졌으니 이른바 愼終追遠(신종추원)이라 하여 부모의 상을 당하게 되면 만사에 신중하고 장례를 극진히 치르며 조상의 제사는 최대한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또 厚葬(후장)이라 하여 간혹 분에 넘치게 장례를 치르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잘못 전해져 후에 오면 호화 장례식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장례를 치르고 成墳(성분)이 끝나면 이제는 侍墓(시묘)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산소의 서쪽에다 廬幕(여막)을 지어 놓고 3년 동안 服喪(복상)하였으니 소위 ‘三年侍墓(삼년시묘)’는 죽은 부모에 대해 바치는 가장 효성스러운 행위로 여겼다.

물론 이후부터는 매년 忌日(기일)이 되면 빠짐없이 忌祭祀(기제사)를 올렸으며 이것으로도 부족하여 무덤을 찾아 돌보고 예를 올렸으니 이를 拜墳(배분) 또는 拜掃禮(배소례)라고 했다. 지금 말로는 省墓다. 원래는 설 端午(단오) 寒食(한식) 秋夕(추석) 등 4대 名節에 拜墳했는데 지금은 간소해져 봄 가을 두 차례로 줄었다. 즉 봄에는 寒食에 맞춰서 하는데 이 때는 초목이 잘 자라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고 秋夕에 하는 省墓는 이듬해에 잘 자랄 수 있도록 정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대체로 封墳(봉분)을 찾아 주위의 나무나 풀을 잘라내 깨끗이 정리하는 것으로 伐草(벌초)라고도 한다. 그런 다음 간단한 음식을 올리게 되는데 이를 薦新(천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객지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은 조상의 묘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1년에 한 번만 하는 것으로 줄었는데 그나마 제때 하기가 어려워 미리 省墓를 다녀오는 수가 많다. 게 중에는 전문용역업체에 위탁을 하기도 한다니 새로운 省墓 풍속도라 하겠다. 하지만 직접 찾는 것 만할까.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