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미국의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미 국방부 관리들이 “미 전폭기가 명령이 떨어지면 즉각 공습을 시작할 준비를 갖추었다”고 공언하는 한편 직접 전쟁을 도울 파키스탄은 물론 국제여론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칠 러시아마저 영공을 개방해 미국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격’ 명령만 남아 있는 셈이다. ‘21세기 첫 전쟁’을 위해 군사 경제 외교 등 각 분야로 진행 중인 미국의 전쟁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항모-전투기-특수부대 “공격명령만 남아”▼
▽군사력 동원〓미 국방부는 24일 “전폭기들의 이동이 있었다”며 “B1 전폭기와 B52 전폭기들이 공습을 위한 정위치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터키 등에는 스텔스 폭격기와 F15 F16 등 수백대의 미 전투기가 배치돼 출격 대기 중이다.
걸프만에는 항공모함 칼 빈슨호가, 아라비아해에는 엔터프라이즈호가 F14 FA18 등 각각 75대씩의 항공기를 탑재한 채 대기하고 있다.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도 비슷한 규모의 전투기를 싣고 작전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항공모함 키티호크호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해군 함대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 2척과 구축함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2200명의 해병대가 항공모함 루스벨트호와 함께 이동 중이다.
육군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의 특별작전사령부 소속 1만3000명을 작전에 투입키로 했다. 레인저(Ranger)부대와 대테러부대인 델타 포스 등 특수부대 일부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현역 소집키로 한 예비역 3만여명 중 1만여명은 미 본토 방위 및 각종 지원 임무를 위해 이미 동원돼 있다.
영국의 선지는 미국이 이번 작전에 투입하는 각종 항공기는 모두 630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규모이자 걸프전 때의 3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테러조직 군자금’ 차단 동맹국 동참 호소
▽경제적 고사작전〓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4일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지원 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테러조직의 ‘군자금’을 차단해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펜을 휘두르는 것으로 테러리즘에 대한 우리의 주요한 공격이 개시됐다”며 “우리는 전세계 테러 조직의 금융 토대에 대한 타격에 나섰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 내에 테러와 관련된 자산이 별로 없는 것을 감안해 외국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테러리스트들의 은행계좌와 각종 자산을 동결시킬 것을 요구, 실질적으로 경제분야의 개전을 선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조치로 빈 라덴 조직의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며 “그들은 돈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해 활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각국 정상과 135통 통화 ‘국제 연대’▼
▽반(反)테러 전선 구축을 위한 외교〓부시 대통령은 11일 테러 사건 발생 후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모두 135통의 통화를 하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10여명은 직접 만나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유엔총회의장인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해 주요 국가의 외무장관 등 10여명을 면담하고, 모두 100통이 넘는 국제전화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연대를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이 이슬람에 대한 전쟁으로 비치지 않도록 이슬람권의 이해를 구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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