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 참사 응징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은 미국의 보복 전쟁이 비산유국인 아프가니스탄에 국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
유가는 떨어지고 있지만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테러사태의 영향을 감안해 26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가 하락 계속될 듯〓미국 테러사태 직후 한때 배럴당 31달러까지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24일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4월이래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22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영국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하루 하락폭으로는 10년 전 걸프전 종전 이후 가장 큰 배럴당 3.7달러(13.7%) 하락해 배럴당 21.7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가하락은 앞으로 유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기관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제히 매도에 나섬으로써 더욱 가속화됐다고 시장분석가들은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제117차 OPEC 총회를 앞두고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OPEC는 미국 테러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가 급등을 우려해 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으나 이제는 지나친 유가 급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으로부터 조속한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감산을 자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OPEC가 총회에서 감산을 결의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확산되는 세계 경기침체 우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미국 테러사태 이후 세계 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경제전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매 연구기관인 EIU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4%에 그쳐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더 비관적이어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으며, HSBC는 올 4·4분기(10∼12월) 성장률이 작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미 테러사태 발생 전날인 10일 세계 경제가 올해 2.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는 테러사태에 따라 세계 경제의 올해 및 내년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키로 했다고 AFP통신이 24일 전했다.
IMF는 4월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2%로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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